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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투고

작지만 큰 설렘의 추억

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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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에 고민 고민하다가 시킨 택배가 드디어 왔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상자를 열어보니 나의 생각과는

다른 색상과 천 소재가 다른 옷~~ 아 이게 뭐야 하며 상자를

치우면서 문득 지난날의 나의 설렘을 전등을 켜듯 돌이켜 본다

 

저 여기 회원 받는 클럽 있는지요?

. 많은데 어떤 클럽을 원하시는지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6년 나의 이십대 한 볼링장에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회원 많은 곳도 있고 나이대도 다양하게 여러 클럽이 있습니다.

아 예 전 그냥 초보라 젊으신 분들 있는 곳이 좋은데 소개 부탁합니다.

아 그럼 저기 회원 분께 문의해보시죠 저 클럽이 젊으신 분들 많습니다.

그렇게 볼링장 여직원이 가리킨 곳엔 어떤 키 작은 여자 분이 볼링공을 당차게 던지고 막 돌아서더군요.

그 순간 주위가 환해지며 마치 필름 속 사진처럼 그 여인은 나의 심장에 꽂혀 버렸고

그 여자의 작고 명랑한 목소리만 내 귓가에 메아리 쳤습니다.

순간 얼어버린 날 볼링장직원이

경숙씨 여기 이분이 클럽 가입하고 싶다고 하는데 소개 좀 해주세요라고하며 얼음땡마냥 나를

깨우고 여성분이 다가와 자신을 소개하며 클럽 분들 나이 라든지 어떻게 진행 되는지

모임은 언제 하는지 등등을 알려주었지만

그저 멍하니 귓가에 맴 돌뿐~ 제대로 처다 보지도 못한 채

아 예 예 알겠습니다. 하며

알지 못하는 대답만 하며 가입 하겠습니다.란 말을 하고는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볼링장을 나오면서 뭐가 좋은지 흥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얼마 뒤 모임 을 한다는 그날 다시 찾아가서 이분저분께 인사를 드리며 잘 부탁합니다.

말로 짧은 내 소개와 간단한 인사를 한 후 게임은 시작되었고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마친 후

어느새 난 회식 자리 한 구석에 앉아 다른 분들의 소개를 듣고 있었는데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으나

오직 한사람 나의 그 여인만은 또렷하게 와 닿았다

24살 총무를 맡고 있는 박 경숙 눈이 엄청 크고 긴 생머리에 맞게

너무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웃는 그 모습이 나의 마음속에 살포시 내려 앉아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모임도 자주하다가 어느 날 전화를 해

경숙아 오늘 토요일인데 바쁘니?

아니 오늘 별일 없는데

음 그럼 부탁하나 해도 될까?

뭔데 오빠

다른 게 아니라 친구들하고 모임 하는데 애인 없이 가면 벌금

내야 되는데 오늘 하루만 가짜 애인 해주면 안될까?

농담반 진담반으로 툭 던진 내 말에 잠시 정적이 흐르고는 이내

뭐 그러지 오빠

그 한마디에 난 부푼 가슴으로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뭘 입을까 어딜 가지 친구들에겐 뭐라 하지 등등 정신없이 흔들리는 맘을 붙잡고

만남의 장소에 갔고 오빠 여기 하며 날 처다 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그녀에게 달려가 고마워 고마워하며 연신 인사를 하며

두근거리는 맘을 들키지 않기 위해 큰 숨도 쉬어봤지만

그렇게 좋냐 하며 짓궂게 날 추궁하는 친구들 말과 부럽다 잘해 봐 란 말을 끝으로

그 첫 데이트는 끝이 났고 우린 다시 모임 속 회원으로 가끔 만났고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다시금 용기를 내서 고백을 하려고

전화를 들어 약속을 하고는 작아진 날 이끌고 그녀 앞에 앉아

애꿎은 슬잔 만 들었다 놓았다 를 반복하다

한마디 툭 던졌다

숙아 앞전에 애인 가짜로 해줬는데 이제 가짜말구 진짜 해보면 안될까?

몇 잔의 술로 약간 상기된 그녀는 나의 말에

오빠가 나 좋아 하는 것 알고 있었어, 근대 나에게 첫사랑 오빠가 있어

오빠 좋은 사람인데 그 사람이 곁에 있어 애인은 힘들듯 해 미안해 오빠

아 길지 않는 말인데 나의 첫사랑이 그녀에게도 첫사랑이 있고

그것도 같은 모임의 나랑 동갑인 친구라는 걸아는 순간

난 아 그래 그랬구나 하며 쿨 한척 하였지만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웃으며 잔만 비워나가고는

어색해진 자리를 마무리 하며 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몰래 훔쳤고 세상의 첫 시련은 그렇게 예기치 못하게 날 덮쳤다

그날 이후 모임에서 만난 그녀에게 난 더 씩씩하게 더 명랑하게 농담도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그녀 곁을 맴돌았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전화가 날 흔들어 깨웠다

여보세요?

오빠 난데 자??

아니 아직 안자는데 술 마셨니?

응 한잔 더 하고 싶은데 생각나는 사람이 오빠라 늦었는데

전화 했어 미안해

아냐 괜찮아 어딘데 나갈게.

조금만 기다려 술 더 마시지 말구

생각도 못한 전화에 어떻게 뛰쳐나갔는지 어느새 내 앞에

그녀가 세상 가장 슬픈 눈으로

첫사랑 친구와 싸워서

오빠가 자기랑 헤어지자고 하더라며 울먹이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에 괜찮아 화가 나서 그럴 거야 근대 진짜 헤어지려는 것 아닐 거야 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맘속으론 나도 힘들어 나도 지금 울고 싶어 하는걸

간신히 참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이는 날 아른거리는 포장마차 불빛만이 위로해주었다

그날이 있은 후 우린 자주 만나게 되었고 서로를 알아가며 만나는 날은 아무리 피곤해도

나에게는 꿈같은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가짜 애인에서 서서히 진짜로 바뀌어 간다고 믿었던 어느 날 그녀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오빠 나 아무리 해도 첫사랑 오빠 못 놓을 것 같아 너무너무 미안하지만

그 오빠한테 가야겠어. 미안해 오빠

수화기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엔 미안함속에 굳은 의지가 묻어 있음을 느끼며 난 아무 말도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미안해 안녕 그리고 뚜뚜하는 끊긴 음만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많은 애기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가슴에 담고 있다. 라고 믿었는데 그렇게 한 치의

의심 없이 너무 믿었는데 마치 지금까지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나의 첫 순정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날이 되었다

그날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모를 정도로 일만 하다가 몇 개월이 지난 뒤 다시 그녀의 결혼소식이

나에 의사와 상관없이 들려왔고 전 그저 패배자가 승자에게 고갤 숙이듯 그녀의 행복을 기원하며

마음속에 남아 있던 나의 첫사랑과의 이별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삼십대를 지나던 어느 더운 여름 한 스포츠센터 카운터에서

우연히 두 번째의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나의 첫사랑인 그녀는 우울증으로 너무나 쪄버린 몸짓으로

오빠 오랜만이야 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였고

난 놀란 맘을 뒤로하며 그래 진짜 간만이네 잘 지내지 애는 낳았고

등 일상의 얘기하며 다음에 밥이라도 하자라며

변해버린 모습에 안타까움을 묻히지 않으려 밝게 애기하고는 나의 발길을 서둘러 돌렸다

그리고는 얼마 뒤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고 우린 어느 허름한 호프집으로 향하였고 그곳에서 그간의

그녀의 일상을 듣게 되었다.

결혼 후 바빠진 신랑일과 성격으로 급속히 대화가 단절되고 그 스트레스로 인해

살이 15키로나 찌고 일 다시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다는

슬픈 나의 첫사랑 이야기를 안주삼아 들으며

밤이 깊어져 갔고 다음에 다시 봐하며 택시에 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금 아려지는 맘을 붙잡고 난 일상으로 돌아와 나의 삶을 살며

약간씩 그녀의 기억이 흐려질 때쯤 다시금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린 언제 약속이나 한 것 같이 조용한 선술집으로 향하였고

또다시 변해버린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완벽히 예전 첫사랑 때의 모습으로 바꿔서 나에게 하얀 치아를 들이 내며

오빠 보고 난후 일도 열심히 하고 다이어트도 하게 되었다며

그간의 얘기들을 하며 닫히고 있던 나의 마음속으로 다시금 그녀가 다가오고 있었고

얼마간의 술로 빨개진 볼을 가진 그녀가 갑자기 울기 시작하며 나에게

오빠 나 이혼할까 해 도저히 대화 없이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오빠 보고나서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것 같다. 란 생각을 너무 많이 했어

그러니 오빠 나 기다려 줄 수 있어 아니 기다려줄래 하며

나의 첫사랑이 울며 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 고백 아닌 고백을 나에게 하였고

난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잔만 비워나가며 약간 비틀대는 그녀를 보내며

혼란한 머리와 맘을 지닌 채 긴 밤을 혼란 속으로 지 세웠다.

그날 이후 우린 가끔 만나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었으며

그쪽 집에서도 가끔 나를 불러 함께 식사를 하고는 했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오빠 나 법원에서 이혼절차 마치고 나왔어

이제 둘 중 한명이 서류 구청에 접수하면 끝난데 라는 그녀의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 이제 진짜 묶어있던 사슬이 풀리는구나 하며 첫사랑 그녀와의 삶을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그 날 이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서류 접수를 하지 않았고

접수 마지막 날 신랑이 와서 이혼 못한다며 가지고 잇던 서류를 찢어버렸다고

얘기를 하는데 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많이 마무리 하라고 했었는데 왜 왜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전 이건 아닌 것 같다 라며 그녀에게

나의 첫사랑에게 모질게 무너져버린 맘을 전하고 이별의 터널로 향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 첫사랑과 총 세 번의 우연한 만남이 있었고 근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때로는 기쁨을 또 때로는 절망을 느끼며 끝없는 터널을 지나 왔고 그 끝은 이별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느 소설의 글처럼 세 번째 만남은 아니 만남만 못했습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 마무리 되었다면 가슴에 응어리는 없었을 텐데

하지만 그것이 나의 운명이고 인생이니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마지막 헤어짐이 끝나고 십여 년이 흐른 지금 나빴던 기억보다

그래도 첫 만남의 설렘과 떨림은 아직도

나의 가슴 한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고

그날의 기억은 영원히 남을 듯하며 이미 죽어버린 나의 심장은

언제쯤 다시 그 설렘을 맞으며 다시 뛸 수 있을지

나 자신도 무척이나 궁금하며 나의 작지만 너무나도

컸던 설렘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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