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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전화

임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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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첫째이다. 부모와 자식, 서로가 처음이라 서툴러서 함께 시행착오를 겪은 큰딸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다루는 가족의 모습처럼 우리 집의 첫째도 부모님과 친하지 못했다. 특히나 두분 모두 어릴 때부터 독립하셨던 경험이 있었기에 자립심을 중요시하였고. 따뜻한 칭찬보다는 묵묵히 믿어 주시는 편이셨기에 더 살갑게 굴기가 어려웠다. 유년기에는 맞벌이, 청소년기에는 학업에 집중하게 되며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성인이 되자마자 자취를 시작하며 그나마 매일 하던 안부인사도 뜸하게 되었다. 막상 나와보니 가족의 품이 그립지는 않는지 걱정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휴학 후 직장도 다녀보고 여행도 다니며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자취 3개월차, 생각보다 가족의 허전함이 크지 않아서 스스로도 놀랍던 참에 처음으로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여행중이라 들떠 있던 마음 사이로 약간의 긴장감을 감추고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울고 계셨다. 아버지가 숨을 쉬지 않으신다고. 어색한 안부인사를 기대했던 나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오히려 침착해 진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울고 있는 어머니를 달래고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한 뒤 119에 전화를 걸었다.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표까지 끊고 나서야 눈물이 터졌다. 새벽에 겨우 도착한 병원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면회가 금지되어 있었고, 병원 밖에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손이 너무 떨려서 119를 누르지 못하고 단축번호 1번인 나에게 전화가 걸렸던 거라며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는 너무 고맙다고 엉엉 울면서 나를 끌어안으셨다. 늘 강하게만 보이던 어머니의 눈물을 보니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타지에서 올라오셔서 고생하시고 많이 외롭기도 하셨을 텐데 딸은 성인 되자마자 나가 살면서 여행이나 다니고, 연락도 안하고, 아버지가 쓰러지실 때까지 건강 상태도 몰랐고, 부끄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이후, 교대로 간병인을 맡아 아버지의 입원실을 오가며 그동안 못해왔던 서로의 이야기를 했다. 바다에 살던 어머니께서 처음 도시에 왔을 때 이야기부터 내 어린시절을 지나, 요즘 어떤 것을 좋아하시는지 까지. 몇달 뒤, 기적처럼 아버지께서 의식을 차리셨지만, 뇌 손상으로 기억이 온전치 않으셨다. 그래도 어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아버지의 재활을 도왔고 현재는 많이 좋아지셨다.

 이제부터는 부모님의 뒤가 아닌 옆에서 동행해보려고 한다.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는 자식이 되기 위해 신경 쓰이지 않도록 스스로 다 해결하려고만 했다. 이제는 가끔 살갑게 어리광도 부리고 친구같이 편안하면서도 든든한 자랑스러운 딸이 되어보려고 한다. 내가 조금 서툴러도 사랑해 주실 걸 알기에.

01033758205

  • 월간 노년의 부모님을 간병하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부모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쓰셨습니다.
    누구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네요. 분량이 기존 쓰신 것만큼 더 채우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동안 부모님을 돌보면서 겪은 에피소드 하나를 선정, 그걸 주제로 더 자세하게 써주시면 하나의 글로 완성될 것 같습니다.
    글을 쓸 때는 실제 겪은 이야기에 독자에
    2023-07-20 16:25 댓글삭제
  • 월간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가 드러나야 합니다. 직접적인 주장만으로 채우기 보다, 글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는 방식이 가장 좋습니다. 부모님의 쾌유를 빕니다. 투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3-07-20 16:26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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