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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 활동기 - 본격적인 정당활동의 시작

백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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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 대표를 처음 만난 그날, 정의당 포항시위원회 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포항시위원장이 당선 기념으로 나를 초대한 것이다. 정의당이 작은 정당이기도 하고 모든 면에서 열악했던지라 위원회의 형편이 어떤지는 어느 정도 가늠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들의 세부적인 사항들은 모르고 있었던지라 그 회의에 내가 참석해도 될는지 의문이었다. 전에도 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해봤기에 회의가 진행되는 사무실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 오래되고 허름한 건물 2층에는 내과 병원이 있었고 바로 3층에 현대제철 노동조합 동지회 사무실이 있는데 그 사무실 한켠에 세 들어 지내는 상황이었다.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과거 정의당은 '노동'이라는 의제를 주로 다루며 노동조합과 자주 협력해왔다.그래서 노조 사무실에 세를 들 수 있었던 것이다.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계단길을 올라 사무실에 들어서면 화이트보드에 기재된 노조 동지회 조직도가 보이고 기다란 회의실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안 쪽으로 들어서면 그제야 사무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데 그곳이 위원회가 세 들어 지내는 사무실이었다.  



 

예정된 회의 시간보다 한참 일찍 도착했던 나는 회의 준비로 여념이 없는 위원장 대신 먹을거리와 생수를 사 가지고 와야만 했다. 위원회 교부금 사용내역을 남기기 위해 영수증도 챙겨 가면서 말이다. 그러고 나니 하나 둘 사무실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다들 평소에도 알고 지내는 사이이니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인사한 뒤 위원장이 준비한 회의 자료를 살펴보면서 회의를 시작했다. 당무(정당 업무)가 처음이니 단어도 생소하고 도대체 무엇을 논의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다고 하나하나 물어보기가 난처했다.눈치가 보이기도 했지만 회의의 흐름을 끊을까봐서.

  

  


정신없던 회의가 끝나고 누추한 발코니로 가서 담배를 태웠다.담배를 태우며 그날 하루를 돌아보니 무척 정신없는 하루였다. 공당의 당직자로 당선된 것도 생경한데,예비 대표를 만나고 위원회 회의까지 참석해야 했으니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하루 일정을 다 끝내고 나니,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의 설렘보다는 책임감이 앞섰다. 이 자리에 앉은 이상 무거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은 한치도 틀리지 않고 훗날의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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