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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 드라이브 그리고 상념

백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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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덩치가 있는 편이라 힘좀 쓸거 같이 생겼음에도,이곳저곳 편치 않은데가 많아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닌다.매주,매달 마땅한 돈벌이도 없는데 모친에게 손벌려가며 가는 병원이 달갑지 않았다.그런데 그날은 버스를 기다리며 문득 “오랜만에 드라이브 한다 생각하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추한 집구석에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마스크를 쓰며 나온 현관문은 오늘따라 병원가는 나의 모습을 배웅하는 듯 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중앙교회를 지나 재개발 중인 서민동네를 지나면 버스는 힘겹게 언덕을 올라 잘사는동네로 들어선다.최근 ‘멸공’으로 논란을 일으킨 대기업 회장의 대형마트가 눈에 들어오고 번화한 거리가 차창 밖에서 나를 반겼다.

그 거리를 지나고 아파트 숲 사이에 세워 올린 시청을 지나면 그제서야 병원이다.정류장 앞 약국들을 지나쳐 병원입구에서 QR체크를 하면 험난한 계단길이 날 기다린다.그 길을 오르고 나면 접수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그 잠시동안에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이 사람들도 아파서 왔겠거니..”한다.그렇게 접수를 한뒤 소파에 앉아 간호사가 내이름을 부르길 기다렸다.간호사가 내이름을 부른 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의사는 나의 근황을 묻고 상태를 체크한다.약을 줄이고, 늘리고,추가하고 하는 모든 일을 내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진료를 받고 수납을 한뒤 약을 타러 갔다.약국의 이름은 무려’참평화 약국’.약국 안으로 들어가 약값을 결제하고 잠시기다리면 약사가 내이름을 부른다.약봉지를 두고 복용법을 설명하는 약사는 뒷전이고 약봉지를 보며 문득 “북한은 약이 귀하다던데..이거라도 타먹는게 어디야,감사하다”하는 뜬금없는 감사가 나를 스친다.

약국을 나와 담배를 태우며 “오늘 드라이브 참 잘했다”하고 다시 갈길을 재촉한다.일상속 순간순간들의 색체가 또 나의 상념을 물들이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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