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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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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내게 장례식장을 정했다면, 그 장례식장에 연락을 하라고 한다. 오빠의 사망진단서가 9시 넘어 나온다. 보통 사망진단서가 있어야 모셔가는 데, 없어도 모셔가는 곳이 있단다. 간호사는 가능하면 빨리, 오빠를 장례식장으로 옮기길 바란다. 나는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 전화를 했다. 사망진단서 없어도 오빠를 모시러 온단다. 다만, 이른 시간이라 운구차를 준비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나는 오빠와 같이 운구차를 기다리면서, 호스피스 책자를 봤다. 가족 사망 후 유가족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적혀 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의 위로를 받다가, 혼자 남게 되는 시간이 오면 많이 힘들단다. 무엇보다 마지막 임종의 모습을, 그 충격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나는 새언니가 아닌, 내가 오빠 임종을 지켜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새언니가 오빠 좋은 모습만 기억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길 간절히 바랬다. 책자에 나온 것처럼, 오빠 임종모습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나는 이 경험으로 더욱 더 안락사를 지지하게 됐다.

운구차를 타고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 갔다. 장례식장 직원이 정중하게 오빠와 나를 맞이한다. 오빠를 영안실에 옮기기 전 준비를 한다. 오빠의 붕대를 제거하고 머리를 곱게 빗어준다 .

저희가 더 잘 해 드리고 싶지만, 해부학 교실에 가실 예정이라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젊은 직원의 말과 손길이 고맙다.

장례식장에선 사망진단서와 해부학 교실에서 주는 서류가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사무실에 혼자 남았다. 한 시간을 그냥 멍하게 앉아 있었다. 가족들은 점심시간 쯤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장례식장 사무실에서 830분에 나왔다. 카카오 지도가 알려준 큰길을 따라 걸었다. 30분 걸어 호스피스 병원에 도착했다. 호스피스 병원 원무과 직원은 병원비를 계산하려는 나에게 장례식이 다 끝난 후 천천히 계산하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사망진단서를 한 장만 챙겨가려는 내게, 앞으로 동사무소와 은행 등에 사망진단서가 많이 필요하다며, 미리 여유분을 챙기도록 해줬다. 고마웠다.

장례식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충북대학교 교정을 가로질렀다. 오래된 학교의 우람한 나무와 초록의 잔디, 푸른 가을 하늘이 너무 멋있다. 오빠가 참 좋은 날 죽었다고 생각했다. 사망진단서를 직원에게 주고, 해부학 교실 교수님과 통화를 했다. 내일 4시에 만나자는 걸, 내일 오후 1시로 약속잡았다홍성 동생 부부가 천안에서 새언니를 데리고 오고, 양양 동생은 부모님을 모시고 오고 있다. 남편도 비행기를 타고 오고 있다. 12시 홍성 동생과 천안 새언니 그리고 왕솔이가 왔다. 5살 안나는 베트남 친구들과 천안 집에 있다. 1210분 양양 동생과 부모님이 왔다. 공항에 도착한 남편은 택시를 타고 온다고 했다.

새언니와 나 그리고 부모님만 영안실에 안치된 오빠를 만났다. 영안실로 들어가기 전, 오빠의 얼굴색은 창백한 흰색이었다. 영안실에 안치된 오빠는 그 사이 노란 밀랍인형처럼 변했다. 난 오빠의 시신을 만지고 싶지 않았다. 새언니가 오빠의 얼굴을 감싸고 운다. 나는 새언니가 죽은 오빠를 만진 그 손길을 기억하기로 했다. 오빠를 이처럼 사랑스럽게 다정하게 만질 수 있는 사람, 이 세상에서 남자로 오빠를 사랑한 유일한 여자, 새언니의 이 모습을 나는 기억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나는 힘들게 했던, 그리고 앞으로 나를 고생시킬 새언니를 모두 용서하기로 했다. 어머니도 오빠 얼굴을 쓰다듬고 오열을 한다. 마지막 아버지 차례다.

사베리오야, 내 아들 사베리오야, 먼저 하늘나라에 가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렴. 나도 곧 네가 있는 곳으로 가마.”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버지는 아들에게 마지막 말씀을 하셨다.

나는 모두를 부축해서, 다른 가족들이 기다리는 사무실로 갔다. 우는 새언니를 의자에 앉게 하고, 왕솔이를 새언니 품에 보내면서 말했다.

왕솔아, 우리 솔이가 오늘은 엄마를 위로해줘야 해. 우리 솔이가 엄마 옆에 있어줘.”

새언니가 왕솔이를 안고 운다. 어린 조카가 엄마를 꼭 안아 준다. 나는 8살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운다. 우리 가족 모두 운다. 가족들이 사무실 큰 책상을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오빠를 위해 기도를 했다. 우리는 오빠의 영혼이 이미 부모님이 믿는 하느님의 나라에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장례식장에서 오빠의 장례식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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