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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 활동기 - 새로운 진보

백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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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3일 제1차 전국운영위원회 회의가 예정되어있었다. 전국운영위원회는 강민진 대표가 전국에서 활동하는 위원장들을 소집해 당의 최종 의사결정을 이끌어가는 기구다. 여기에는 정의당의 청년의 원인 류호정 의원과 장혜영 의원도 포함되었다. 당직에 앉기 전에도 당원으로서 류, 장(류호정, 장혜영)을 비판해왔던지라 이들의 면면을 본다 생각하니 비위가 상했다. 

    

나는 류, 장이 정의당의 위상을 실추시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존의 당원들이 탈당한 뒤라 류, 장과 그 둘의 팬덤을 저지할 세력의 뒷배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거기에 더해 류, 장의 팬덤과 특정 정파가 시너지를 내면서 당의 노선은 급격하게 방향을 잃어갔다. 

정의당에도 여러 정파가 있다. 사회주의 좌파‘운동‘을 적극 찬동하는 <전환>이 있고, 인천의 운동권이 모여 결성한 <인천연합>이 있다. 서울의 당원들을 주축으로 모인 <함께 서울>이 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평등 넷>이라는 곳도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와 같은 당내 정파구도에 반발하는 당원들이 모여 ‘새로운 진보’라는 당내 의견그룹을 결성했다. 다른 정파들은 비공개적으로 결성되었던 것과는 달리 새로운 진보는 공개적으로 결성되었다. 새로운 진보는 당내 의견그룹으로서 사안 사안마다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당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반대 세력들에게 밉보이는 일이 잦았다. 나는 새로운 진보에 속해 활동해왔다. 새로운 진보가 의견그룹을 자처하는 집단이었지만 하나의 정파로서 작동한다는 것 역시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과 함께 할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새로운 진보는 옛 참여정부에 속했거나 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따라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추구했다. 또 새로운 진보는 정의당의 대중정당화를 지향했다. 그들은 당이 창당 초기의 취지대로 운동권에만 머물지 않고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대중정당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향이 정의당 안에서는 악재로 작용하는 현실이었다.

     

제1차 전국운영위원회 회의가 있기 전 새로운 진보 사람들이 나를 만나러 포항으로 내려왔다. 한때 정의당의 부대표였던 정혜연 씨, 대전에서 활동 중인 위선희 씨, 청년정의당 경남도당의 송성준 위원장이 그들이었다. 그들과는 초면이었던지라 대면대면 인사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색함을 느꼈지만 그럴 기색도 없이 급속히 친해졌다. 사람을 대할 때 진심을 다해서 대하려는 그들의 의도를 느끼기도 했다. 아무래도 같은 정파에 속해있다 보니 공통분모가 많아서 그랬던 듯하다. 송성준 위원장은 앞으로 함께 활동할 사람이었기에 더욱 애착이 갔다. 아쉽게도 그는 이번 전국운영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말을 전해왔다. 결국 새로운 진보 사람 중 나하나 만이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5월 23일, 예정되어 있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상경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만 살다가 분주 하디 분주한 서울로 오니 너무도 정신이 없었다. 서울 한복판의 분주함을 뒤로하고 국회의사당 앞에 차려진 정의당 사무실로 들어서니 협소한 사무실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중앙당만큼은 상황이 나으려나 싶었는데 중앙당의 고충도 재정난과 인력난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회의가 시작되니 지극히 지엽적이고 사무적인 논의들이 이어졌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논의들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이들의 지향이 어떤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렇게 실망을 안고 귀성해야 했다.  

   

포항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옆 좌석에 앉아 있던 나의 차림새를 보고 택시기사님이 말을 걸어왔다.     

”서울에서 오시는 길인가 봐요 “   

  

”네, 회의가 있어서 서울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     

”원래 포항사람이시고? “     

”네 어쩌다 보니 여기서 나고 자랐네요 “     

”무슨 일 하셔요? “     

”청년 정의당이라고 정의당 안에 있는 청년당에서 일합니다 “     

”아~나도 한때는 노동운동을 했었는데 말이죠~몇 년 전에 심상정이 포항에도 왔잖아~“  

   

”아 그러셨군요 “     

”노동 운동하면 뭐해 후배들이 선배 찾지도 않는데 말이야, 밥 벌어먹고 살려니 이거라도 할 수밖에 없네요 “     

”... “     

택시기사님은 한때 포스코 포항제철소 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그시절 노동운동권이 받은 박해와 그들에게 따라다녔던'빨갱이 딱지'를 말해줬다.그의 처지를 알고 나니 청년정의당에 대한 환멸이 몰려왔다. 당장에 먹고살기 빠듯한 노동자, 서민들이 지천에 깔려있는데 우리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보다, 지엽적인 사무 논의밖에 할 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회의감을 느꼈다. 내가 기대했던 진보정당활동은 이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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