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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언니는 어떻게 하나?(1)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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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9일 천안 가는 날 아침 6. 양양 동생이 부모님 집에 가면서, 나보고 천안 잘 가라는 톡을 보냈다. 나는 톡을 확인하고 바로 전화를 했다. 오빠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시간이 길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같이 울었다. 남편이 조용히 일어나 나를 안아줬다. 이 따뜻한 느낌. 이 따뜻한 느낌을 이제 새언니는 느낄 수 없을 수도 있다. 너무 슬펐다.

오빠의 마음이 바꿨다. 8월 말부터 항암 치료하는 사람들과 같은 병실을 쓰면서 깨달은 것 같다. 오빠는 지금 자신이 항암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닌 것을 인정했다. 제주에 있으면서 오빠와 기초생활수급 신청 이야기를 끝냈다. 나는 병실에서 오빠 얼굴보고, 서류(1년 은행 내역)만 받아 바로 나왔다. 그새 많이 여윈 오빠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어서, 그게 또 미안해서 나는 병원을 나오는 길에 계속 울었다.

천안 집에서 새언니를 만나, 동사무소와 건강보험공단을 같이 다녔다. 나는 직계가족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을, 새언니는 말을 못해도 존재만으로도 오빠의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니는 여전히 어린이집 일을 나가고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을 받으면, 그 일을 해도 그만큼 수입으로 잡혀 돈이 줄어든다. 지금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빠를 간병하는 것과 한국말을 배우는 거다. 새언니와 너무 의사소통이 안 돼서, 새언니 친구 중 통역할 분을 불렀다.

새언니와 같이 한국 10년 차인 이 분은 7, 8살 아이를 키운다. 남편이 오빠보다 1살 많지만, 이분은 새언니보다 10살이나 어리다. 젊어서 한국말을 빨리 잘 배웠나? 내가 한국말을 정말 잘한다고 칭찬을 하니 귀화도 했다고 한다.

형부가 언니에게 너무 잘해줘서, 언니가 한국말을 배울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저는 남편이 한국말 못 한다고 자존심 상하게 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오빠가 말기 암이며, 우리는 지금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오빠를 강원도에 있는 호스피스 병원, 단대병원, 천안의료원의 가정 호스피스 중 오빠와 새언니에게 제일 좋은 것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새언니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운다. 오빠가 병원가기 전 고집을 피운 이야기를 하고, 지금 자기도 정신이 온전치 못해 아이들을 내게 부탁한다며 운다.

나도 새벽에 가슴이 아파서 잠에서 깨요. 내가 이정도로 아픈데, 언니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언니에게는 남편이지만, 내겐 오빠예요. 우리 부모님에게는 하나뿐인 아들입니다. 우리도 정말 힘들어요. 언니가 정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내가 다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오빠의 마지막을 돌보기를 원해요. 오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나는 너무 앞서 나가 새언니가 오빠 죽고, 혼자 사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 통역도 새언니도 나도 모두 울었다. 아이들은 방에서 각자의 휴대폰을 들고 동영상에 빠져 있다. 거실에서 어른들끼리 무슨 일이 벌어지는 모른다. 다행이다.

통역이 있는 김에 다 말했다. 오빠의 빚, 그리고 지금 양양 동생이 부모님을 전담하고 나는 천안을 전담하기로 한 이야기. 왕솔이 학습지를 내가 2년 넘게 받아 보게 했다. 그건 왕솔이 뿐만 아니라 새언니도 같이 한글 공부를 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무엇보다 안나의 치아 상태를 보고, 나는 너무 많이 화가 나서, 천안에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왕솔이 까진 실수일 수 있지만, 안나는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했다. 새언니는 앞으로 잘할 거라고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오빠 일이니까, 다시 오빠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병원을 옮기는 것과 이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부산으로 이사하고 천안 집을 처분해서 병원비와 생활비로 하는 방법 등을 말했다. 새언니는 천안에 남고 싶단다. 오빠와 어떻게든 천안에 있고 싶다고 했다. 나는 천안의료원 가정 호스피스를 더 중점으로 알아보기로 새언니와 이야기를 했다. 둘 다 거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이들은 일어나서 바로 휴대폰을 본다. 어린이집과 학교에 가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날 집이다.

아침 준비를 하면서, 새언니는 내게 방충망 수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이제 겨울이 오니 봄에 수리하자고 했다. 나는 오빠가 내 오빠로 태어났기 때문에 오빠를 만나는 거지. 내가 선택해서 만날 사람은 절대 아니다. 새언니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정말 오빠와 결혼한 사람, 내 조카의 어머니라서 보는 거지. 내가 선택해서 만날 사람의 부류엔 절대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제주에 오니 왕솔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가 억지로 전화를 시킨 거다. 내가 조카를 돌보기를 간절히 바라는 새언니 마음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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