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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후기

작은책 有感

정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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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기다리던 착은책 4월호가 어제야 도착했다.

매월 이맘 때면 늘 책이 언제오나 기다리면서 아파트 입구를 드나들 때마다 우편함을 유심히 살펴본다. 그렇게 처음 하루 이틀은 그냥 눈길로만 살피다가 예상했던 날짜보다 좀 늦다 싶어 지면 우편함이 비어 있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일부러 손을 집어 넣어 한 두번 휘저어 보기도 한다.

이번에는 눈길로 살피기 단계에서 손 휘젓기 단계가 지나도록 책이 오지 않아 작은책 사무실로 전화라도 해볼까 하며 초조해하는 노심초사 단계까지 들어 가게 되었는데 때마침 도착한 책을 아들이 하교길에 챙겨 올라오니 무척이나 반가왔다.

어제 오후 늦게 손에 잡은 책을 바로 읽기 시작해서 오늘 아침 조금 일찍 눈을 뜬김에 자면서 침대 머리맡에 놓아 두었던 책을 다시 손에 잡았다. 오늘 내일은 사정상 이틀 연속으로 집을 비우게 되니 지금 읽지 않으면 며칠 동안 책보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제 저녁에는 첫부분 <작은책을 읽고> 코너에 게재된 내 글을 읽었다. 글의 말미에 적힌 '서울 염창동에서 정현기님'이라고 적힌 것이 어찌 그리 낯설게 느껴지던지.

대중 매체에 그것도 이렇게 수천부나 배포되는 잡지에 내 이름이 실린 것은 아마도 처음이 아니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런 야릇한 기분 또한 사람으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 여러 계기들 중 하나일 수 있겠구나 싶어졌다.

그런데 좋은 일이 겹치느라, 특집강좌 '내인생과 글쓰기'의 3월 특강을 맡으신 홍세화 선생님의 강연 <학교는 글쓰기를 허하라> 편에 강연 후 내가 드렸던 질문 내용과 그에 대한 홍세화 선생님의 답변이 그대로 게재된 것까지 보게 되니 흐뭇한 기분에 혼자서 입가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렇게 어제 받은 작은책을 오늘 아침까지 이어서 읽어 나가는데 책의 말미에 실린 <두고두고 볼 책>코너에서 또 한번 반가운 장면을 보았다.

편집부 윤지은씨가 정리하여 올린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쓰기」 에 대한 소개다.

지은씨가 본격적으로 편집부 일을 맡고 마음에 부담이 있던 중에 지인의 소개로 이 책을 읽고 도움을 얻었다는 내용을 보고 아주 오래전부터 내 책꽂이에도 꽂혀있던 같은 이름의 책을 꺼내 들었다.

최근에도 한번 꺼내 본적이 있었지만 새삼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들춰보니 이렇게 적혀있다.

"제1판 발행 --- 1989년 10월 28일, 제7판 발행 --- 1990년 11월 2일, 값 5,000원"

현재 발행되고 있는 것은 전체 5권 1질로 구성되어 있는 모양인데 당시만 해도 370여 페이지짜리 단행본으로 발행되었었다.

어찌되었든, 이오덕 선생님께서는 이미 작고하셨지만 남겨 놓으신 책은 20여년의 세월동안 한결같이 신,구 세대를 이어 우리글 바로 쓰기에 표준을 제공하고 있으니 과연  '두고두고 볼 책'의 반열에 들어 마땅한 책임에 틀림없을 거 같다.

한달에 한 번 일상에 시들어 질만 하면 나를 재충전 시켜주는 작은책이었는데 이번 호는 이렇게 여러가지 큰 기쁨들까지 안겨주니 늘 나의 기대에 훌륭하게 보답하는 작은책이 고마울 뿐이다.

그나저나 책에 이름이 게재된 것만으로도 황송한 일인데 작은책 2권까지 덤으로 받고나니 이 책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고민아닌 고민을 하게된다.

이리저리 생각해도 이거다 하는 생각이 잘 안떠오른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그것을 잘 소화할 만한 자질이 있거나 혹은 그책을 필요로 할만한 입장에 있는 사람을 잘 선정하지 않으면 자칫 책이 제 가치를 발휘하기도 전에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 십상이니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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