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독자 후기

9월호를 읽고

구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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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가 있던 날 우연히 서울광장에 나갔습니다.

5년만에 한국을 방문해 정신이 없었다지만, 이런 날 이 광장을 아무 생각 없이 찾은 스스로가 부끄러워 정말이지 얼굴이 화끈 화끈했습니다.

아직 축제가 시작되기 전 이른 시간이었지만, 무대를 설치하고 준비하는 손길들이 분주했고, 축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구호 역시 부지런했습니다.

5년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선약이 있어서 그 자리에 더 머물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발걸음도 떨어지지 않아 아이의 손을 잡고 어정쩡하게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코펜하겐에는 8월 중순에 일주일동안 퀴어축제인 Copenhagen Pride 행사가 있었습니다. 관공서, 왕립극장, 시내의 주요 광장은 무지개 조명을 밝혔고, 거리에는 무지개 빛으로 꾸민 시민들이 가득했습니다.

아이 학교에서도 퀴어축제를 앞두고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 시간이 있었고, 새로 부임하신 담인 선생님이 스스로를 bisexual로 소개하며, 20대 초반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마주쳤던 편견, 응원과 같은 다양한 주변의 시선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시청 광장에서 동성애 반대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가 담담하게 전한 양성애자 담임 선생님의 얘기에는 당황했고, 불안감까지 엄습했습니다.

올 여름 뜨거웠던 서울 광장에서 머물지도 떠나지도 못한채 어정쩡했던 그 모습, 그게 성소수자에 대한 제 인식의 실체인 것 같습니다.

작은책 9월호의 신영옥, 변규리 감독, 그리고 갈매나무님의 글을 읽으며 역시 연대가, 함께 비를 맞는 마음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해 지식도 인식도 부족하지만, 그래도 어정쩡하기보다 연대를 하겠다고 마음 먹어봅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응원합니다! 다음에뵈면 저도 안아주세요. 

  • 월간 구본희 독자님 안녕하세요. 독자님의 열린 생각과 따뜻한 마음은 성소수자와 그 가족들도 충분히 차고 넘치는 위로로 전달될 겁니다. 오랜만에 한국 방문하셨는데 이렇게 일부러 집회도 찾아주시고.. 역시 작은책 독자님들은 훌륭하세요 ^_^ 소중한 후기 고맙습니다. 2022-09-05 15:50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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