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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버스에서 생긴 일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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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1년 넘게 산다. 일반 시내버스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공항은 자전거로 다닐 수 없는 거리다. 그래서 빨간색 급행버스를 많이 탔다. 나는 버스를 타면, 가능한 기사 바로 뒷자리나 입구 앞자리에 앉는다. 나이 들면서 차멀미가 생겼다. 제주 급행버스는 앞문만 있다. 정류소에서 문이 열리면, 나는 시원한 바깥 공기가 들어오는 것이 좋다. 그날도 나는 기사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 신서귀포에서 출발하는 첫 버스, 이 버스를 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는 사람들이다. 중문을 벗어나는 지점, 빨간 신호에 버스가 정차하고 있는데, 옆 차선 자가용 운전자가 버스 앞문을 두드린다. 기사는 자가용 운전자를 무시하고 신호가 바뀌니 그냥 달린다.

두 정거장 지났나? 좀 전에 본 자가용 운전자가 큰 배낭을 메고 씩씩거리며 버스에 오른다.

아저씨, ? 아까 앞문을 두드리는데도 그냥 지나가요?”

정차 구역 아니면 차를 못 세웁니다.” 기사가 말했다.

아니, 내가 태워달라고 했나? 중문에서 버스를 놓쳐서 다음 정거장이 어디냐고 물어 보려고 했다고. 그런데, ? 무시하고 가냐고? 내가 버스 쫓아오면서, 당신이 신호위반한 거 다 봤어.” 승객이 큰소리로 버스기사를 나무란다.

내가 언제 신호를 위반했다고 하는 거야? 그럼 그냥 내려서 경찰에 신고해요.” 기사도 참지 않고 소리를 친다.

나도 아저씨가 중앙선 넘어 운전하는 거 봤는데, 아저씨 좀 험하게 운전했어요. 그리고 너도 버스 쫓아오면서 같이 신호 위반 했네.’ 나는 속으로만 말했다. 타야 할 버스를 놓치고 화가 난 승객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만만한 버스기사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 같아 그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둘의 싸움에 끼여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버스가 출발을 안 했어.)에서 그도, 아저씨도 모두 잘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뒷자리 승객이 이러다 비행기 놓친다고 볼멘소리를 하는데 두 사람은 말싸움을 이어간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달려서 온 줄 알아? 당신, 내가 문을 두드려 물어보려고 하는데, ? 실실 쪼개? 사람을 그렇게 약을 올려? 나는 정류소만 물어보는 건데.”

어라. 이거 미친놈이네, 마스크를 쓴 기사가 어떻게 쪼갰다는 거야?’ 내가 앉은 자리로 인해, 나는 기사와 화가 난 승객사이에 낀 새우 같다. 불편을 떠나 겁이 났다. 화를 내는 승객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185이상의 건장한 남자다. 해양스포츠를 즐긴 갈색 피부와 머리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파파머리. 이 사람 주먹이 스치기만 해도 한 방을 맞은 듯 죽을 거야.  나는 말싸움에 밀리는 버스기사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이 남자가 무섭다. 남자가 기사를 모욕했고, 화가 난 기사는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다며, 남자보고 버스에서 내리라고 했다. 하지만, 남자는 당당하게 뒷자리에 가서 앉았다. 몇몇 승객이 비행기 놓친다고 두 사람 다 그만하라고 했지만, 대부분 나처럼 살짝 비굴했던 것 같다. 젊은 남자가 무서운 거다.

아저씨, 화를 푸세요. 조심 운전하세요.” 나는 남자가 사라지고, 그가 듣지 못하게 소심하게 아저씨에게 말했다. 내 뒤에 아주머니도 아주 소심하게 버스기사를 응원하는 말을 했다.

제주시내에 들어오기 전, 기사가 경찰서에 전화를 건다. 경찰이 출동을 한다고 하니, 젊은 남자가 버스 입구로 나와 90도 인사를 연거푸 하며 말한다.

저로 인해 버스에서 피해를 보신 승객들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아침부터 소란을 피워 정말 죄송합니다.” 진정성 없는 사과를 한다.  경찰까지 출동하고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진 않은 거다.  경찰이 와서 그를 데리고 갔다. 그가 끝까지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버스에서 못 내린다고 버티니, 경찰이 공항까지 태워주겠다고 하고 일단 같이 내리자고 그를 달래서 내렸다.

나는 그 놈이 버스 승객보다 편하게 공항에 도착할거라고 생각했다. 버스는 시내에서 여러 정류장을 거쳐 가지만, 그는 경찰차를 타고 공항까지 신나게 곧장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 내 생각이 맞았다. 버스에서 내려 공항 건물로 들어가는 횡단보도 반대쪽에 그가 있다.

어머, 저 사람이 우리보다 먼저 공항에 도착했네.” 버스 승객들이 웅성거렸다. 그는 우리를 지나쳐 버스 하차장으로 걸어갔다. 나는 순간 내가 타고 온 버스를 찾았다. 다행히 버스는 떠나고 없었다. 분명 젊은 남자는 버스기사를 만나서 싸가지 없는 짓을 하려고 했을 거다. 횡단보도에서 나는 그의 당당한 표정을 정면으로 봤다. 나는 화가 났다. 경찰의 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면서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출동나간 경찰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민원 전화를 받는 경찰관에게 말했다.

버스에서 나는 분명, 그 승객으로 인해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사에게 모욕적인 말들을 했습니다. 그 승객이 일부러 버스 하차장을 찾아왔습니다. 다행히 버스는 출발하고 없었지만, 다른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최소한 버스보다는 늦게 공항에 그를 데려다 줘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일하시는데 참고하시라고 꼭 전해주세요.”

그리고 버스회사에도 전화를 했다. 기사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과 가속운전을 하셨다는 것을 알렸다. 버스에서 비겁함을 조금 덜어내고 싶었다.

그날, 나는 육지에서 일을 다 끝내고 저녁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오는 구불거리는 밤길, 무섭다. 기사가 곡예운전을 한다. ‘안전운전 좀 해요. ! 오늘 하루 너무 길다.’ 속으로 한탄을 하다,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제주도 급행버스는 정류소마다 정차시간이 적혀있다. ‘그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운전을 하지?’ 그래서 나는 지나가는 정류소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나는 버스기사가 운전을 잘못한다고만 생각했다. 아저씨가 그렇게 열심히 과속을 했다면, 버스 정류소의 정차시간이 달라져야 한다. ‘이런! 이런! 어떻게 이런 일이! 시간 차이가 없다!’ 이렇게 열심히 달려야 했다. 한 번씩 막히는 경우, 중앙선 넘어가야지 그 시간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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