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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작은책을 읽고 난 소동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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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정태인 선생님 글을 읽었어?” 작은책 3월호를 읽던 남편이 말했다.

아니, 아직 안 읽었어. ?”

작년의 이른바 조국 사태는 가장 존경스러운 지식인마저 이 두 길 위에서는, 편법이라고 할 만한 관행을 따랐고, 오로지 불법 여부만 놓고 검찰과 목숨을 건 대결을 했습니다. 우리가 최소한 지켜야 할 법보다 더 넓은 범위의 규범은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절망스러운 상황이죠.” 정태인 선생님 글을 남편이 읽어준다.

뭐라고? 어이없네.”

그러게 이 부분에 대해서 나는 동의할 수 없네.”

“1월 홍세화 선생님 글도 그렇고, 다들 너무하네. 잔인해.”

오래 전, 김지하 시인의 글을 봤다. 김지하 시인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지만, 내게 인간적으로 다가온 이야기가 있다. 오랜 고문과 감옥 생활로 피폐해진 시인은 어린 자식들 앞에서 미쳐 칼을 휘두르며, 뛰어나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 영향인지 그의 어린 아들도 정신적인 문제로 오랫동안 힘들었단다. 김지하 시인의 가장 큰 상처는 믿었던 동지의 말이었다. “김지하가 감옥에서 죽어야 민주주의가 산다.” 밖에서 대외적으로 김지하 석방운동을 하던 동지가 사실은 김지하가 옥사해서 민주주의의 꽃이 되길 바랐다는 것. 우리 현대사는 정말 잔인했다. 지금은 어떤가? 나는 노무현, 노회찬, 박원순 자살을 뉴스로 보고, 이 잔인한 현대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절망에 온 몸을 떨었다.

나는 노무현 죽어라고, 죽어야 한다는 언론에 동조했다. 노회찬의 죽음 앞에 심상정이 정의당 후원금보다 친구 노회찬을 돌려달라고 울부짖을 때, 나는 그가 죽지 않았으면 제일 먼저 정의당 입장에서 손절했을지 모를 심상정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 내게 소름이 끼쳤다. 박원순이 자살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그에게 돌팔매질을 할 내 모습을 봤다.

조국 사태가 터졌을 때, 나는 또 아주 잔인한 생각을 했다. JTBC 앵커 브리핑에서 손석희가 야누스의 두 얼굴을 말했다. 나보다 조국을 더 잘 알고 있는 그가 조국을 두고 야누스의 두 얼굴을, 나는 정말 조국에게 뭔가 있는 줄 알았다. 뉴스들을 보고 흥분했다. 조국 너마저, 너도 어쩔 수 없는 놈이었군! 이 더러운 세상! 나는 잔인해졌다. 우리는 정말 잔인했다.

나중에 자칭 교육자라는 이의 대학 표창장이 뉴스에 도배될 때, 나는 뭔가 잘못 돌아가는 걸 깨달았다. 최소한 초등학교 교장도 표창장 직인을 자기 손으로 찍지 않는다. 일련번호에 관심이 없다. 소방서, 경찰서, 다 찾아봐라. 대학 총장이란 자의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말들이 진실로 보도되는 걸 보고 깨달았다. 다른 큰 움직임이 있다고 봤다. 그리고 바로 조국에 대한 비판을 멈췄다. 조국가족 중 누군가의 자살 소식이 나야 할 것 같은 잔인한 뉴스들에 지쳤다.

작은책 1월호에 홍세화 선생님이 우리가 조국이다!”를 외친 사람들 중 우리가 김용균이다!”를 외치지 않는 사람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는 글을 보고 사실 뻥 쪘다. 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표창장으로 징역 4년을 살 수 있는 나라다. 검사나 판사가 마음만 먹으면, 산재에 대한 법적 적용이 달라질 수 있는 나라다. 법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다. 지금 있는 노동기본법으로, 지금 있는 산업재해에 대한 법으로도 충분히 엄벌을 할 수 있다. 김용균이 일했던 노동현장의 불법적 문제를, 법적으로 제대로 처리를 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법이 아니다.

나는 고향 부산을 가는 걸 정말 싫어한다. 내가 초등학교 소풍을 다녔던 해운대 솔밭 자리에 참아 눈뜨고 보기 힘든 고층 빌딩들이 들어섰다. 내게 부산은 그리운 고향이 아니다. 나는 내 고향을 망가뜨린 서병수 전 시장이 법적 심판을 받길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그는 당당하게 부산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그와 비슷한 비리를 저지른 야당 의원,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산다. 나는 조국과 그의 가족을 비난한 곽상도 의원이 한 일을 안다. 그리고 검찰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잔인한 싸움을 즐기는 지 봤다. 그래서 나는 홍세화 선생님과 정태인 선생님이 조국사태에 대해 말씀하시기 잠깐 멈췄으면 한다.

내 꿈은 민주당이 보수당으로 지금의 국짐 자리를 갖고, 정의당과 녹색당, 노동당이 지금의 민주당과 같은 집권 세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짐이 총력으로 싸움을 걸어 올 땐, 우리 진영에서 서로 심하게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침 먹고 설거지를 하는 데, 남편이 내 왼쪽에 내복차림으로 불쌍하게 서있다. 내 오른쪽 침대 위 외출복을 꺼내 입고 싶은 거다. 우리는 4평 캠핑카에 산다. 내가 젖은 손을 닦고 옷을 꺼내줘야지, 남편이 내 뒤를 지나 옷을 가져 갈 수 없다. 나는 이런 상황에 짜증이 났다.

아놔, 자기나 홍세화 선생님이나 다 나빠. 생각해보니 홍세화 선생님도 자기가 원해서 민주화운동을 했지. 부인이나 아이들은 무슨 죄야? 3월 작은책 글 보니, , 부부사이 설득 같은 소리나 적어 놓고. ? 부인을 설득해. 지금까지 같이 살아 준 것에 정말 감사하고 고마워해야지. 부인하고도 민주화 운동을 하냐? 당신도 말이야,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내가 설거지를 하는데 꼭 지금 옷을 갈아입겠다고 내복차림으로 떨며 시위를 하냐? 자기 원하는 캠핑카에 같이 살아 주면 매번 고맙다, 고생한다는 말은 해야지. ? 부인을 설득하려고 해? 그냥 이 놈의 집구석을 탕탕 때려 부셔야지.” 갑자기 남편이 조국이라는 걸로 감옥에 간 정경심이 이입되면서 화가 더 났다. 정태인 선생님도 이제 술도 그만 드시고 부인에게 정말 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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