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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이야기(8) 스트레스 성 변비와 섹스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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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이 택시타고 곧 도착하니까, 택시비 들고 나와 있어라.” 지금 집에 부모님에 없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이상하게 오빠와 동생은 어디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부모님이 집에 오실 때까지, 무서움에 떨며 혼자 울었다. 그가 지난 파출소 사건을 일으킨 삼촌이다. 그리고 결혼을 6번인가 했던 사람이다. 나는 지나 간 숙모들을 기억하는데, 하나같이 미인이었다. 명절에 한 숙모는 한없이 울며, 내 복주머니에 동전을 넣었던 기억이 난다. 제일 똑똑했던 숙모가 캐디를 했던 분으로 딱 2달을 살고 헤어진 분이다. 그다음 숙모가 제일 바보다. 지금까지 살고 있으니 말이다. 어머니는 그 망나니 삼촌이 이제 사람 노릇한다고 좋아했지만, 난 그의 이름과 그 사람 이야기 듣는 것이 너무 싫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친가에서 혼자 놀러가 잤다. 그날 밤, 내 바지가 열리고 중학생 삼촌의 손이 들어왔다. 내가 잠결에 일어나 그의 손을 막았다.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멈춘 손, 나는 그 손을 잊을 수 없었다. 내 사춘기 시절 내내 나를 괴롭혔다. 부모님의 많은 다툼 중 하나는 아버지의 가족 때문에 생겼다. 아버지는 부산을, 자신의 가족을 떠나고 싶어 했다. 나도 간절히 부산을, 아버지의 가족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인간으로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어머니가 말하는 도리가 싫었다. 어머니가 내세우는 인륜보다 그냥 어머니가 부산을, 자신의 친구를, 자기 가족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릴 때, 나는 스트레스에 아주 민감한 아이였다. 성인이 되어 남편과 같이 심리학 검사를 받았다. 그 상담자가 나보고 정말 힘들 게 자랐을 거라고 했다. 내 성격의 어린아이는 그렇다고 했다. 나는 늦었지만, 한 번씩 어린 나를 만나서 위로하고 응원한다. 나는 즐거운 우리 집이라는 노래를 매우 싫어했다. 아무리 좋은 곳에서 나를 오라고 해도, 내 쉴 곳은 내 집뿐이라니, 그게 말이 되냐고! 초등학생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노래였다. 음악시간 노래를 부르며 속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나는 좋은 곳에서 제발 나를 데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정신의 스트레스는 심각한 변비로 왔다. 정말 오랫동안 변비로 고생을 했다. 나는 집 밖 다른 화장실에선 볼일도 보지 못했다. 1주일 변을 보지 못하는 일들이 빈번했다. 손가락으로 또 여러 약들과 민간요법을 동원했지만, 변비는 치질로 변신해 나를 더 심하게 괴롭혔다. 이십대 초반까지 정말 힘들었다. 나는 변비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기는 인신매매가 극도에 달했을 때다. 9시 뉴스에도 나오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무서운 이야기들이 돌아다녔다. 얼마나 심했으면, 어느 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성희야, 네가 인신매매에 잡혀갔다 와도 우리 집에는 아무 일 없으니, 꼭 집으로 와야 한다.”우리 어머니 같은 분(고등학교 때, 자율학습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집이 캄캄했다. 그냥 불 끄고 주무셨다. 내가 오든 안 오든 신경 쓰지 않았다.)이 딸에게 이 말을 할 정도로, 그땐 인신매매가 큰 사회 문제였다. 나는 언제든 강간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는 나라에 살았다.

김기덕의 2002년 영화 [나쁜 남자]를 보면 너무 짜증나지만, 여자 주인공이 몸 팔기 전에 남자친구와 첫 경험에 매달리는 것이 이해가 됐다. 내가 그랬으니 말이다. 인신매매에 걸리지 않고, 정말 힘들게 성인이 되었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섹스는 정말 내가 선택해서 하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한 강간을 당하기 전에, 빨리 그 첫 섹스를 해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했다.

나는 나와 동갑인 친구와 21살에 처음으로 관계를 했다. 둘 다 첫 경험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시행착오를 했다. 첫날은 실패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성공했다. 아쉽게도 나는 첫 경험인데 피가 나지 않았다. 피를 기대했던 남자 친구는 실망하고, 또 내 몸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는 내가 섹스 후 너무 잘 걸어다는 것에 대해 신경을 썼다. 정말 어이없었지만 둘 다 너무 어렸다. 첫 섹스 후, 나는 정말 마음이 후련하고 시원했다. 이게 뭐라고 순결을 지킨다며, 그 난리를 친 건지 이해가 안 됐다. 나를 괴롭혔던 삼촌의 손이 사라졌다. 그리고 변비도 천천히 사라졌다. 이십대의 나는 내 마음의 주체가 되고, 내 몸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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