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독자 투고

이 부부를 어떻게 해야 하나?

최성희

view : 2803

2020914, 오빠는 하루가 다르다. 커다란 푸른 쓰레기봉투를 턱 앞에 두고, 계속 구토를 한다. 그래도 나는 오빠가 호스피스 병원에 들어가기 전에, 할 일들은 해야 한다. 동사무소나 구청, 은행 그리고 건보에 쓸 위임장을 작성하게 했다. 힘겹게 쓴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쓴 마스크에 내 눈물을 가둔다.

나는 지옥에 갈 거야.”

오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됐어.”

성희야, 사실 나 대출금이 있어. 주식을 팔면 그 대출금을 다 정리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빠 입원실 담당 의사와 면담을 할 시간이다. 오빠는 병실에 있고, 나만 의사를 만나러 갔다.

항암을 하지 않기로 하셨다지요.”

. 호스피스 병원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병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오빠의 연명치료계획서를 작성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연명치료계획서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작성하시면 됩니다. 병원 옮길 때까지, 퇴원을 권유하지 않겠습니다. 계속 있어도 됩니다.”

나는 의사가 말기암 환자 오빠를 배려하는 느낌을 받았다. 고마웠다.

의사 면담 전, 오빠가 간호사를 통해 나를 급하게 호출했다. 의사면담이고 뭐고 필요 없다고, 빨리 병실로 오라고 했다. 나는 의사를 만나고 병실로 갔다. 오빠는 내게 주식을 처분하면 600만 원, 빚이 500만 원 조금 넘는다고, 내 앞에서 주식을 처분하는 걸 보여줬다. 지금까지 나는 오빠가 폴더 폰을 쓰고 있는 줄 알았다. 이제 보니 신형 스마트 폰을 갖고 있다.

오빠, 지금 병원비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우리 가족이 오빠와 그리고 오빠 가족을 돌봐야 해. 오빠가 내게 거짓말을 하면, 난 오빠와 새언니 그리고 아이들을 도울 수가 없어. 사실대로 다 이야기를 해줘.” 오빠는 내게 이 빚이 다이며, 앞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병원을 나와, 천안 집에 걸어가면서 양양 동생과 통화를 했다.

오빠가 주야 2대교 근무를 하면서, 혼자서 힘들게 가정을 책임지다가 암에 걸린 줄 알았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인과응보야. 또 빚을 내어 주식을 하다니, 어떻게 살았는지 알겠어. 이 인간이, 정말 정을 떼고 가려고 하네.”

언니야,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오빠가 어중간하게 아파서 수술하고 항암 했으면, 계속 거짓말하고 빚은 또 눈덩이처럼 커지고 난리가 났겠지. 모두를 오랫동안 힘들게 했겠지. 차라리 이렇게 된 것이 잘됐어. 오빠가 치료 가능한 암에 걸렸어도, 우리들 말을 듣고 제대로 살았겠어? 절대 그러지 않아. 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 했어.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 이제 애들과 새언니 살 방법을 찾아야지. 문제는 새언니도 오빠와 똑같아. 그러니 둘이 그렇게 살았겠지.”

동생과 통화를 끝내고 1시간을 걸어 천안 집으로 갔다.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을 했다. 오빠는 오빠지만, 새언니와 어린 조카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새언니와 통역친구를 4시에 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언니는 없다. 통역과 나는 새언니 없는 1시간 동안,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20살에 국제결혼하고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들었다. 서른 살, 이 친구가 나는 참 마음에 든다. 마흔 한 살, 새언니보다 어른 같다. 이 친구가 나와 새언니 옆에 있어 든든하다. 나는 3명이 쓰는 단톡 방을 만들었다. 내가 새언니에게 전달해야 할 사항들을 올리면, 이 친구가 번역을 했다. 정말 고마웠다.

5시 넘어, 새언니는 아이들과 함께 집에 왔다. 아이들 손엔 젤리, 사이다, 하드, 과자. 나는 안나 손에 든 젤리를 빼앗아 내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새언니에게 소리쳤다.

이런 거, 애들에게 먹이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안나 이를 보세요. 앞니가 충치로 하나 없잖아요. 이렇게 하면 오빠처럼 아이들도 아파요.”

젤리는 설탕이 아닌데...” 왕솔이가 말한다. 내가 젤리는 설탕 덩어리고, 설탕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왕솔이가 자기가 먹고 있는 졸병 과자에도 설탕이 들어 있냐고 묻는다.

그 과자에도, 이 음료에도, 이 하드에도 모두 설탕이 많이 들어가 있어.” 내가 말했다.

그럼, 난 과자 안 먹을 거야.” 왕솔이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는 바로 과자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하드와 음료는 개수대에 버렸다. 과자를 정리하는 김에, 나는 애들 휴대폰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새언니보고 바로 아이들 휴대폰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새언니는 오늘 병원에서, 오빠가 죽으면, 아이들과 자기보고 베트남에 가라고 했다고 통역을 붙잡고 운다. 나는 정말 기가 찼다. 과자와 휴대폰으로 내가 화를 내니 이런다. 어이없다.

새언니 보고 애들 휴대폰 가지고 오라고 해주세요.” 나는 통역 분에게 부탁했다. 통역 분에게 안나가 어두운 방에서 휴대폰 보고 있는 사진을 보여줬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새언니는 왕솔이 폰은 자기 일할 때, 왕솔이와 통화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왕솔이는 5시까지 학교에 있고, 새언니는 2시까지 일하고 있다. 왕솔이는 휴대폰이 필요 없단 말이야!

겨우 휴대폰을 울면서 내놓는다. 정말이지. 천안 오빠 부부는 뭣이 중한지 하나도 모른다. 새언니 오기 전, 통역 분에게 오빠를 호스피스 병원에 옮겨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오빠에게 빚이 있고, 집에는 돈이 없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다. 나는 이 집에 더 있다 내가 미칠 것 같았다. 홍성 동생 집으로 도망을 갔다.

홍성 동생 집에서 가족회의를 했다. 오빠의 주식 빚. 우리들은 오빠네에게 돈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부모님의 돈을 먼저 쓰고, 국가의 도움을 받아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새언니가 한국말 뿐 아니라 양육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두 같이 고민했다. 아이들이 너무 어리다. 어떻게 해야 하나?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동입력방지 스팸방지를 위해 위쪽에 보이는 보안코드를 입력해주세요.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