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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를 바라보는 노동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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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 오염수


후쿠시마를 바라보는 노동의 시각

백도명/ 반핵의사회 대표

 


후쿠시마 오염수는 방사능도 위험하지만, 사업장에도 다양한 위험이 존재합니다. 떨어지고, 깔리고, 스트레스 받고,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등의 위험이 산재해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들이 평시에는 단지 불확실성이라는 이름의 포장에 가려 있다가, 툭툭 사고로 죽음으로 눈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매일 한 명씩 발생하는 떨어지거나 깔려 죽는 사람들이 그러하고, 수시로 보고되는 사업장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도 그러합니다. 그 외 화학물질, 석면 등으로 암과 근골격, 진폐, 기타 만성질환에 걸리는 사람들은 매년 수천 내지 수만에 이르지만, 제대로 조사도 되지 않은 채 지나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은 제대로 예측되지 않는 한, 보이지도 관리되지도 않습니다. 불확실성에 가려진 위험이 어떤 모습일지, 그 원인이 무엇일지 예상하지 않는다면, 실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 원인은 모르는 채 단지 우연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사업장에서 그냥 지나치던 상황으로 인해 어느 날 사고가 날 뻔했거나 위험할 뻔했던 경험들을 돌이켜 보면, 그 이전 무심하던 상태에서 어떻게 위험, 즉 사고의 원인이 보이지 않을 수 있었는지, 그 이후 위험이 어떻게 달라 보이면서 예측이 되는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나고 보면 사고는 그 원인을 예측하지 못한 위험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여기서 예측이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의 시나리오를 하나씩 검토하는 과정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사능 해양투기는 여러 지점에서 사업장의 위험과 마찬가지입니다.

첫째, 그 위험을 다각도로 예측해 보지 않는 한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와 동경전력은 지난 사고로 오염되어 있는 기존의 방사능 위험은 무시하고 소위 해양투기로 추가되는 부분만을 평가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추가되는 오염이 기존 오염으로 인한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확대시킬 가능성은 전혀 검토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이 순간에도 기준치를 넘는 오염 때문에 방호복을 입어야 하는 후쿠시마에서, 추가 누출로 인한 영향은 극히 적어 안전하다는 매우 모순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즉, 동시에 여러 작업이 진행되는 건설 현장에서 공정 간 간섭이 문제되는 것처럼,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한 문제를 예측한답시고, 투기로 인한 추가 부분만을 떼어 계산한 동경전력의 위험성 평가는 전체 문제의 예측과는 매우 거리가 먼 예측입니다.

둘째, 사업장의 최고책임자, 즉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능의 경우 일본 정부와 동경전력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지 않는 한, 위험은 반복됩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폭발이 일어난 이유는 냉각수로 바닷물을 쓰는 경우 시설이 손상된다며 냉각이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오염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해양투기가 선택된 이유 또한 일본 정부와 동경전력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때문이었습니다. 그 위험을 최종적으로 뒤집어써야 하는 사람들이 위험의 원인과 그에 따른 책임을 최고책임자에게 묻지 못하는 한, 위험은 사업장에서 계속 되풀이되는 모습을 봅니다.

셋째,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 위험을 자기가 선택한 위험과 비교하여 위험하지 않다고 하는 순간 비과학적이 됩니다. 자신이 선택하는 위험은 작게 보이고, 남이 제기한 위험은 크게 보이는 것은 과학적으로 잘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위험을 위험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은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위험이 마치 자기가 선택한 위험인 양 만들어 작게 보이도록 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이는 사업장에서 발암물질 취급으로 인한 위험이 흡연으로 인한 위험보다 작다고 하면서, 발암물질 관리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남이 만들어 놓은 위험은 남이 제대로 관리하는 위험이어야 합니다.

넷째, 방사능 위험은 노출되는 세대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자식에게로 다음 세대에게로 위험이 전가됩니다. 이는 사업장의 많은 위험들과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장의 위험들은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며, 사회적 불평등은 결국 다음 세대가 마주치는 사업장의 위험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방사능 위험 또한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그치지 않고, 그러한 환경을 물려받는 다음 세대에게 전달됩니다.

 

이러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능 위험의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원자력 에너지라는, 군사적·산업적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이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원자력 에너지를 마음대로 휘둘러야 하는 집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원전마피아’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들이 지금 언론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득을 대변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난 8월 반핵의사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와 한국정부 괴담 10문 10답>> 책자를 발간했다. 책자는 환경단체 홈페이지 등 온라인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에 투기되어 야기하는 방사능의 위험은 단순하게는 아무리 희석해도 없어지지 않으면서, 바닷물에서 해양 침적물로, 해양 침적물에서 먹이사슬로, 그리고 먹이사슬에서 사람의 먹거리로 이동하며, 그 과정에서 생태계와 아이들을 포함한 인류에게 전달되는 위험이기 때문에, 그 불확실성을 점검하고 제대로 예측해야 하는 위험입니다. 이러한 위험이 기후변화로 인한 물고기들의 서식지와 이동경로의 변경이 예상되는 중에 더 불확실하고, 더 위험한 형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아무리 저선량 방사능이라 하더라도 그 위험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바다에 투기되면서 그에 폭로되는 생태계와 인류의 규모는 그야말로 전 세계와 지구 전체로 확대되게 되었습니다. 바다에 풀어 놓으면서 개별 위험이 조그마해졌다고 하지만, 그 노출 대상은 막대하게 증가하여, 결국 투기된 위험의 합은 일본 정부의 희석과 변명에도 불구하고 풀어 놓기 전과 같은 규모의 위험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후쿠시마의 위험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업장에서 노동을 통해 경험하는 위험과 그 본질이 맞닿아 있으며, 그 해결 또한 맞닿아 있습니다. 원인에 대한 책임, 그리고 책임을 통한 예방만이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지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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