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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이 무슨 노동조합이냐고요?

월간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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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온 소식

 

소방대원이 무슨 노동조합이냐고요?

송현대/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대변인
 

 

저는 2006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16년 차 소방관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기간 동안 소방 조직은 많은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그중 가장 고무적인 변화는 지난 7월 6일 공무원노조법이 개정되어 소방공무원도 노조 가입이 허용된 일입니다. 제헌 헌법 이후 73년 만에 노동자의 권리를 찾은 역사적 평가 외에도 현장에서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저희의 생활과 밀접한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간혹 공무원이 무슨 노동조합이냐는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신분과 정년이 보장되고 퇴직하면 연금도 일반 시민들보다 더 많이 받는데 노동조합을 한다고 하면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이기 이전에 노동자이고 공무원의 처우가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마냥 좋은 것이 아님에도 한쪽 면만이 알려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소방 역시 군·경찰처럼 계급 조직이고 업무의 특성상 위험이 상존하기에 상명하복의 문화 가 강한 편입니다. 위험을 감수하며 현장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사고를 당해 순직하거나 부상을 입는 분들 이 매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고가 제대로 된 조사를 거치지 않고 내부적 조사를 통해 사고 당사자의 부주의나 과실로 결론 지어져 왔습니다. 
 

소방청 등 지휘와 관리 책임을 져야 할 곳은 언론을 이용 해 사고를 당한 분을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이목을 돌려놓곤 안에서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평가지표 점수를 감점하는 이중적인 행위를 반복해 왔고요. 이로 인해 관리 부서에 서는 크고 작은 사고 시 현장 직원들을 압박하며 책임을 전 가해 왔고, 이 과정에서 직장 내 상급자의 갑질이라든지 인 사상의 불공정 사례가 발생하는 등 비정상적인 조직 운영이 계속돼 왔습니다. 실제로 올해 일어난 몇몇 사건을 보면 승 진 관련 비위행위로 인한 언론보도나 상사의 갑질로 인한 직원 투신 사고, 현장 지휘의 부재로 발생한 항공기 훈련 중 항공구조대원 사고 등 그 이면에는 이런 구조적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차량 전복 사고 신고를 받고 사고 현장에 출동한 구조 대원들. 사진 제공_ 소방본부

 

소방은 크게 화재 진압, 구조, 구급이라는 현장 부서와 행정 부서로 구성이 되어 있고 행정 부서는 지원의 역할을 하는 구조입니다. 소방은 현장 대응 조직이기에 대부분의 뉴스 에서 접하는 사건사고에 위의 세 부서가 출동해 사고를 대응합니다. 이 세 부서를 지휘하는 지휘관의 역할이 무척 중요함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요구조자를 구조해야 하고 대원 자신들이 안전하게 살아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휘관은 누구보다 현장 경험이 우선되어야 하기에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소방서장의 현장 경험을 20년 이상으로 규정해 놓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현장이 아닌 행정이 우선이다 보니 대부분 소방서장의 현장 경험이 3년 미만임을 연구 논문에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동료가 현장에서 순직하거나 부상을 당했을 때, 어쩌면 현장 지휘관인 소방서장의 터무니없는 지시가 사고를 유발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생사를 맡기고 현장에 들어가기에는 너무도 불안한 구조이고 사고가 발생하면 대원의 탓이 되는 상황에서 저희 동료들은 그동안 일해 왔던 것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홍보 포스터. 이미지 제공_ 소방본부

 

그동안 소방공무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 이런 문제에 대해 개인이 피해를 감수하고 문제 제기를 하거나 또는 침묵하며 참는 것이 전 부였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 가입이 가능하게 된 올 7월 6일, 노동조합 설립 전부터 많은 직원들이 지지와 호응을 보내 주셨고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이하 소방본부)에 가입해 주셨습니다. 이는 단순히 노동조합이 불가했다가 가능해져서 나타난 반응이 아니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직원들의 울분이 터 져 나왔고 변화를 기대하는 거대한 물결이라고…. 
 

지금은 어느덧 1만이 넘는 조합원이 소방본부에 가입해 지지를 보내 주시고 이를 발판 삼아 2만 조직 사업을 목표로 1기 집행부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직원들의 여론 수렴을 토대로 5대 핵심 과제를 선정하여 현장의 고충 과 바람을 소방청에 전달하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끈질기게 싸우고 있고, 하위직 소방관의 대변인으로 그리고 소방청을 비롯한 관리 부서의 견제와 감시자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소방청의 도둑 감찰(지난 7월 소방청 소속 감찰반이 전주덕진소방서 펌프차에서 말벌보호복을 몰래 훔쳐 숨겨놓고 다음 날 보호복을 점검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함정 감찰한 사건) 행위에 대한 고발, 대전소방항공대에서 발생한 항공구조대원 중상해 사고 관련 고발을 통해 지휘 책임을 묻고 잘못을 고쳐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2일 소방본부는 소방청 앞에서 도둑 감찰 사건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제공_ 소방본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는데 뛰기를 바랄 수는 없기에 소방본부는 앞서간 민주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작지만 의미 있는 행적을 남기고자 합니다. 전국 시·도 지부 설립이 1차적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되었고 이제부터는 남은 일부 시·도에 지부를 설립하여 전국 모든 소방관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더불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사회 유지 기반 역할을 하 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함께 연대하고 함께 투쟁할 것입 니다. 그것은 그동안 소방이 시민들에게 받은 지지와 사랑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며 사회의 안전을 지키고 수호하는 소방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지금 연대와 투쟁의 의미를 배우고 있는 새내기 소방 노동조합입니다.

 

지난 8월 28일 소방본부 출범 후 노조는 순직소방관 묘역을 참배하며 앞으로 순직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사진 제공_ 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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