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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기사 하면 저절로 살 빠져요

월간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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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2021년 8월호

일터 이야기

일터에서 온 소식

 

파리바게뜨 기사 하면 저절로 살 빠져요

이현주/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저는 2015년 입사한 6년차 제빵 메인 기사입니다. 제가 제빵 일을 시작할 때, 저의 회사는 국제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무슨 일하세요?” 하고 물어보면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예요.” 하고 대답했어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20176파리바게뜨 불법파견기사들이 우르르 나오는 것을 보고 제가 파리바게뜨 소속이 아닌 협력사 소속이고 그게 불법인 걸 그때 알게 되었어요. 저희는 협력사 직원인데, 본사 사람들의 업무 지시를 받으며 일을 하니 이것이 불법이었대요.

 

우리는 크게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제빵 기사, 샌드위치와 커피를 만드는 카페 기사로 나뉩니다. 파리바게뜨에 빵을 사러 왔을 때, 매장에 고정 배치받은 메인 기사들이 쉬는 날 와서 일해 주는 사람들을 지원 기사, 그리고 이들을 관리하는 BMC(제빵 관리), FMC(카페 관리), 본사에서 기사들 품질 관리해 주는 QSV, 바늘구멍의 확률로 본사 소속 제빵 기사· 카페 기사가 된 본사 기사들이 있어요.

매장에서 제품을 진열하고 있는 제빵 기사. 사진 제공_ 파리바게뜨지회

 

일개 현장 직원인 제가 본사 직원과 차별받는다고 생각 했던 건 바로 휴무였어요. 본사 기사들은 무조건 한 달에 7 회는 쉬어야 한대요. 그에 비해 저는 한 달에 3회 쉬며 일한 게 1년이 넘어가고 있었어요. 내 휴무가 저기 까마득하게 있는 것을 보면 너무 기운 빠지고 많이 화가 나서 달력을 잘 안 봤어요. 16일을 안 쉬고 일한 적도 있었어요. ‘나는 빵 만 드는 로봇이다생각했죠. 이렇게 못 쉬고 일해도 7번이나 쉰 본사 기사님들보다 급여가 훨씬 낮았어요.

 

불법파견으로 시끄럽던 어느 날 갑자기 통장으로 큰돈이 들어왔습니다. 무슨 돈이지?” 저의 첫 매장은 점심시간 포함 10시간(기본 업무시간) 매장이었는데, 신입이라 업무에 능숙하지 못하니 점심도 못 먹고 거의 1~2시간 더 일하다 집에 갔어요. 내가 할 일은 이렇게나 많은데 점심을 먹고 오면 그만큼 늦게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을 포기하고 집에 가는 것을 목표로 우유 하나 먹으며 일했어요. 그렇게 쉬지 않고 늦게 끝나도 눈치 보여 제대로 신청하지 못한 연장수당이 불법파견과 임금 꺾기 논란이 일자 한 번에 들어왔다는 거였어요. 일 시작하고 한 4개월 뒤쯤 퇴사 안 하고 살아 있는 동기들을 만났는데 다들 홀쭉해져서 너무 놀랐어요. 저절로 다이어트되는 회사랍니다.

2020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 사진 제공_ 파리바게뜨지회

 

신입 기사는 일정 기간 인수인계 및 교육을 받습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주방의 모든 일들을 혼자 책임지고 하는데, 점점 회사와 사장님이 연장 달지 말라고 눈치를 줍니다. 회사 관리자가 와서 연장 안 하고 일하는 기사들도 많아, 다른 사람들은 제시간에 끝내는데 네가 느려서 연장 다는 거잖아. 계속 이러면 눈치 보이니까 가끔 미리 찍고 일해.”라고 합니다. 사장님도 눈치를 줍니다. 이미 이런 분위기 안에선 연장 청구를 스스로 포기하게 됩니다. 불이익이 생길 거 같고, 혼자 대응하기에는 무서웠습니다. 그래도 가끔 억울한 마음에 한 번씩 연장을 등록했는데, 나중에 퇴근 기록을 보면 연장 없이 정시 퇴근으로 변경되어 있었어요. 이 바뀐 시간들은 불법파견 이슈로 3년이 지난 후에야 받게 되었습니 다. , 이렇게 받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때 눈치가 보여도 연장 청구를 다 했을 텐데, 포기한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어요. ? 그런데 금액이 이상해서 노조에 확인해 보니 회사가 임의로 계산한 것이었고, 노동부가 계산한 금액을 다시 받을 수 있었습니다.

 

논란 이후 SPC는 직고용을 피하기 위해 관리자들을 통해서 해피파트너즈라는 종이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쓰게 만들 려 거짓말과 회유, 압박으로 기사들을 괴롭혔어요. 지금 있는 매장 나가야 해.”, “직고용 포기서 작성해도 직고용되면 모두 들어가는 거야.”

 

1월에는 실제로 임금 차별도 있었습니다. 그 차별 금액도 노조를 통해 다시 받아 내긴 했습니다. 직고용되면 정말 좋았겠지만, 타협하여 자회사로 들어가며 3년 안에 본사직과 동일 대우, 동일 임금을 받는 사회적 합의를 맺었습니다.

 

자회사로 들어가고 평화만 있을 줄 알았습니다. 지회(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는 악성 점주가 있는 곳에서 고통받는 기사들을 도와주고, 30도가 넘는 주방에서 입는 더운 유니폼을 시원한 유니폼으로 바꾸고, 회사에서는 알려 주지 않는 복지를 찾아내 알려 주고, 작년 한때 마스크 수급 불안을 이유로 회사가 마스크 주문을 중단한 기간이 길어지자 바로 지급하도록 하는 등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해낸 일들을 한국노총에서 본인들이 했다며 홍보하였고, 회사도 한국노총이 해냈다는 듯이 공지에 올리곤 하였습니다. 진급의 기준도 불명확하여 한국노총 조합원, 특히 BMC, FMC는 진급이 잘됐습니다. 한국노총으로 간 저의 동기들도 많이 된 반면 저는 계속 기사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10년이 지났지만 저와 같은 직급을 가진 분도 계십니다.

 

과반을 넘는 노조가 없을 때, 임종린 지회장은 투표를 통해 근로자 대표로 선출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표로 활동하기도 전에 한국노총이 갑자기 많은 조합원을 받으며 급성장해 대표를 빼앗겼습니다. 과반이 넘는 노조가 된 한국노총은 단체협약을 맺었습니다. 관리자들은 임금이 정말 많이 올랐지만, 기사들은 최저임금만큼만 올랐습니다. 현장 상황에 맞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 단체협약의 내용은 사무직에 맞게 짜여 있습니다. 보건, 연차, 휴가도 8회 이상 쉬어야 사용하게 바뀌어서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현장에는 4~7회 받으며 일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유니온숍을 가져와 신입 기사들을 무조건 한국노총에 가입하게 만들었습니다. 기사들을 괴롭혀 매달 100명 넘는 탈퇴자가 나왔고, 관리자들이 인당 최대 5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태원 파리크라상 Passion5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는 파리바게뜨지회. 사진 제공_ 파리바게뜨지회

 

체불임금을 받은 이후, 기사들은 퇴근할 때마다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연장 Yes, No 중에 하나를 눌러야 합니다. Yes를 누르면 연장수당을 받지만 연장을 해도 No를 누르면 연장수당을 받지 않게 됩니다. 과거 연장의 압박을 받았던 3년 전과 같은 일이 반복되며 또 다른 체불임금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21세기에 맞지 않게 노조 탄압을 많이 받고 있는 우리는 점점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지만 저는 끝까지 이 자리를 지켜 낼 것입니다. 소수 노조이지 만 많은 단체들의 관심과 연대로 과반수 노조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힘들어도 버텨 주고 있는 지회 조합원들이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기사들의 권리를 위해 계속 투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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