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립니다

2024년 3월 글쓰기모임 뒷이야기

월간 작은책

view : 169

2024년 3월 글쓰기모임 뒷이야기

 

일시 : 2024년 3월 23일(토) 오후 4시

장소 : 작은책

참석자(총 12명) : 신영옥 조미영 임정희 최문섭 이근제 장석림 김서영 강수혜 엄익복 심영수 유이분 정인열

 

3월 모임은 역대급으로 재미있었던 모임이라고 회원 모두들 입을 모아 이야기 할 정도로 웃음이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 글쓰기모임에 오시면 웃음과 눈물이 있습니다. 슬픔과 어려운 이야기를 나누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우리 회원들의 따뜻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작은책 독자 여러분, 글쓰기모임에 오세요!

 

■ 모임에서 나온 글

총 11편이고 각 글의 일부분을 올립니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독후감>_ 최문섭

구글 검색창에 ‘친환경 텀블러’를 넣어봤습니다. 상위 3건의 뉴스 검색결과입니다.
‘책상 가득 안 쓰는 텀블러, 차라리 일회용품 쓰세요.’
‘미국 스타벅스 품절대란, 요즘 MZ템... 한국도 텀블러 열풍.’
‘50개 모은다고? 안 쓰면서 자랑만 하는 텀블러 수집 열풍..다 쓰레기 됩니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뉴스입니다. 하나의 텀블러를 200번은 사용해야 친환경 효과가
발생하는데, 기업들은 신제품 텀블러를 계속 생산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데만 관심이 있습
니다.

사족 : 지난 모임 때는 ‘작은책’ 에서 소개한 ‘도전하는 마음’을 읽고 쓴 독후감을 제출해
서 주최 측으로부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 덕분에 ‘작은책’ 에서 소개한 책을 또 구입하
는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데 마땅한 주제가 없을 때는 ‘독후감’ 이라는 장
르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책을 사서 읽고 독후감을 써보니 도서관에서 빌려볼 때 하고 차
이가 있습니다. 반납기일도 없고 내 맘대로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합니다. 책을 펼쳐 볼 때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도전하는 마음’에 이어서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을 소
개하는 글을 써서 ‘오마이뉴스’ 에 보냈는데, 이번에도 기사로 채택되었습니다. 글쓰기 덕
분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예쁜 조카한테 주는 어린이날 선물>_ 최문섭
저는 올해 어린이날에 조카들한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용과 정성이 적당히 버무려진 가성비가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친필 싸인을 받은 책에 현금 1만원을 끼워 넣고
직접 포장해서 줄 생각입니다. 저는 이 선물이 4명을 만족시키는 좋은 선물이라고 생
각합니다.

 

<재첩국과 콩나물>_ 조미영
“하진아, 니 그 노래 아나? 나훈아가 부른 홍시?”
아침 밥상 앞에서 남편이 아들에게 물었다. 무심한 아들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먹는 일에 열중했다. 남편이 눈물을 훔쳤다.
“나훈아는 홍시 보먼 옴마가 생각난다 캤는데 아부지는 재첩국 보먼 옴마가 생각난다...”
안경을 벗고 휴지로 눈물을 찍는 머리 허연 중년 남자. 처음엔 울보라 놀리며 웃게 만들었는데 이젠 궁상 그만 떨라고 눈치를 준다.

 

<차 빼쇼>_ 정인열
빌라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문제의 전화를 한 사람은 101호 입주민으로 60대 후반 추정 아저씨다. (앞으로 개저씨라고 부르겠다.)
“아니 왜 우리가 차를 빼요?”
“여기 사는 사람이 아니니 차를 빼쇼. 여기 살아요?”
“아니죠. 그런데 우리도 입주자에요.”
“그럼 여기로 거주 등록돼 있어요?”
“그럼요. 우리 사장님은 여기 주소 등록하고 살아요.” (부동산 계약 안 하고 어떻게 사냐? 이 개저씨야)
“그럼 계약서 보여줘 봐요.”
여기서 빡친다.
“계약서? 우리가 왜 당신한테 보여줘요?”
“뭐, 당신?”
그러더니 이 개저씨, 빌라 입구에 있는 음식물쓰레기통들을 발로 쾅! 찼다.
“너, 나보다 한참 어린 여자가, 당신이라 그랬어? 어? 사과 안 해?”

 

<난산>_ 신영옥
변을 보는 것은 흡사 아이를 낳는 것과 비슷하다. 변의가 생기고 힘이 주어지고 통증이 오고 변이 나온다. 변이 잘 나오는 경우엔 통증이 없는데 변이 딱딱하게 굳은 경우엔 통증이 있다. 여태까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순산을 한 편이다. 그런데 1mm 밖이 환한 세상인데 이렇게 난산일 수가 없다.

 

<짝짓기 전쟁>_ 신영옥

탁구는 짝을 이루어 같이 치는 운동 아닌가? 주로 레슨 받는 사람들이 있는 1 탁구장에 탁구대가 8개가 있는데 남녀 짝인 분들이 두 커플이 있고 남자분 커플이 한 커플, 여자분 커플이 한 커플이 있다. 그리고 주로 복식을 치는 네 분이 있다. 남녀커플 중에 한 커플은 부부였다. 다른 한 커플도 부부인가 했는데 부부는 아니었지만, 부부인가 오해할 정도로 친밀했다. 이미 파트너로 정해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하고 치는 경우가 드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파트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초짜들이 기계 말고 사람하고 치려면 누구하고 쳐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베트남 평화기행을 다녀오다>_ 장석림
한베평화재단이 주관하는 평화기행 4박 6일(1월 18일~1월 23일) 일정으로 한국군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했을 때 민간인을 학살하고 마을 전체를 초토화시킨 청룡부대의 퐁니.퐁녓, 하미 마을과 미군의 밀라이(선미) 학살 마을을 방문했다. 마을 입구에 위령비와 증오비가 세워졌다. 위령비와 증오비를 참배하고 피해자 본인과 유가족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올해는 베트남 참전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군 참전 군인숫자 : 약 32만명, 사망자 : 5,099명)

 

<외로운 미식주의자>_ 엄익복
택배를 하는 사람들은 밥 먹는 게 부실한 편이다. 항상 시간에 쫓겨서 일을 하다 보니 되도록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편의점에 들러서 빵과 우유를 사먹기도 하고, 컵라면 하나로 떼우는 경우도 많다.
(중략)
혼자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먹고 나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날마다 식당을 바꿔가며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하다가 결국 마음에 드는 식당 몇 군데를 정해 놓고 돌아가며 들러서 점심을 먹곤 한다. 마음에 드는 식당이란 가성비가 좋은 식당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맛과 양이 괜찮은 곳이다.

 

<09C>_ 강수혜
나는 콜센터에서 일한다. 하루종일 말을 해야 한다. 상담사들과 말을 하고, 고객과 말을 한다. 모두 나에게 무언가를 해달라는 말들이다. 고객이든 상담사든 모두 업무 처리를,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해명을, 그도 아니면 성난 감정을 들이밀며 해소해 줄 것을 요구한다. 하나씩 오기도 하지만 짝지어서 오거나 한꺼번에 오는 경우도 있다. 이것들은 늘 오는 것들이지만 해결 이후의 감사는 드문드문 온다. 감사는 하는 사람에게 달린 일이므로 감사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머리로는 안다. 그러나 내가 애쓴 만큼 감사가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꼭 그만큼 억울함이 자란다. 가끔 월급이 그 간격을 메우려 시도하지만 승률이 매우 낮다.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는 일은 다르다. 1분여 남짓한 짧은 안부에도 할아버지는 늘 고마워하신다. 몸이 안 좋을 때도 목소리에 힘은 없지만 어째 더 감격해하신다. 손가락 까닥해서 전화를 걸고 “할아버지!”라고 외치기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장한 ‘내 새끼’가 되는 것이다. 물론 내가 손주라서 그럴 것이다. 자식들에겐 바라는 것들이 있어서 자주 섭섭하신데, 나에겐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으니까.

 

<삶의 역사>_ 이근제
1925년생인 어머니가 시골에 혼자 살다 2015년 (92세)에 돌아가셨다. 유품 중에 1990년부터 2012년까지의 가계부가 있었다. 물건을 사고 값을 적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들여다보니 한 줄 글이라고 할 수 있는 간단하게 쓴 일기였다. 
대부분 소리 나는 대로 쓰고, 띄어쓰기도 되어있지 않았다. 단어가 앞뒤로 바뀌기도 하고, 글자가 명확하지 않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도 있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보면 볼수록 재미있고, 웃음 나오고, 잊혀가던 말과 방언이 적혀있다. 
조금 소개하면 “날씨 눈 와슴.” “철영이네서 노럿슴.” “오후 늑게 현숙이내서 장관 노럿슴.” 한 일도 없이 무의미 하게 보냈다고 “별일.” “메물 묵 끄렷는데 실패해서 신경 썻슴.”과 같은 내용은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했다. 98년도에 십팔만 원 도둑을 맞아 놀라서 청심환을 먹고 안정이 되었다는 일기도 있었다. 이 이야기는 어머니한테 몇 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약까지 사 먹었는지는 몰랐다.
(중략)
남들은 하찮게 생각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가 67세부터 살아온 22년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하나의 역사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내 발자국’이라는 이름으로 내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어머니가 쓴 글 보다는 가치가 덜 하겠지만 말이다. 
내가 예전에 같이 운동하던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한테 ‘남의 역사만 가르치지 말고 내 역사도 한 번 써 보세요’ 하고 말 한 적이 있다. 여러분도 한 번 써 보시기 바란다. 남한테 보여준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늘어놓으면 내 역사가 쉽게 써진다.

 


<핸드폰 분실 사건>_ 김서영
2층 화장실을 다녀 왔는데 핸드폰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주인 아저씨랑 직원 분들이랑 같이 핸드폰 찾았다가 없는 거에요.
주인 아저씨와 직원분들이 "아는 사람들이 가져 갔을 거다. 요즈음 핸드폰 없어지면 머리가 아프다. 누가 가져 갔는지 CCTV 한 번 돌려 보자." 라고 하셨어요.
CCTV 몇 번을 돌려 보다가 빨간색 옷을 입으신 분을 찾았어요!
주인 아저씨와 직원 분들이 빨간색 옷 입으신 분이랑 아는 사람이냐고 연락처 아냐고 여쭤 보셔서 글쓰기모임에서 속해 계신 분이라고 했어요.

 

#작은책정기구독 신청 : http://www.sbook.co.kr/subscript

#작은책 #생활글 #노동자글쓰기 #일하는사람들의글쓰기 #월간작은책

#글쓰기모임 #세상을바꾸는글쓰기 #작은책구독만큼바뀌는세상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