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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글쓰기모임 뒷이야기

월간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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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글쓰기모임 뒷이야기
 

일시 : 2023년 10월 28일(토) 오후 4시

장소 : 작은책 사무실(서교동 태복빌딩)

참석자(총 9명) : 이근제 엄익복 최문섭 조미영 신영옥 임정희 김서영 정인열 유이분

 

 

■ 모임에서 나온 글

총 4편이고 각 글의 일부분을 올립니다.

 
<의도>_ 이근제

저번에 내가 석이한테 ‘행남이가 나를 왜 싫어하는지 다 알고 있다. 그 애가 나를 싫어하는 만큼 나한테도 잘못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자꾸 전하는 의미와 까닭이 뭘까?
두 가지 중 하나 일 것 같다. 하나는 행남이 말처럼 내가 나서는 때문. 나는 무슨 일을 하던 일머리가 다 보인다. 그래서 석이는 물론 같이 일하는 사람한테도 ‘이렇게 하면 쉽고 편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두세 번 옮길 것 한 번만 옮겨도 된다는 식으로 늘 제안을 해왔지 내 고집대로 한 것은 거의 없지만 그 중 하나 일 것 같다. 듣는 사람은 참견이나 잔소리로 들었을지도 모르니까.
또 하나는 이 달 말로 부천 현장 공사를 마무리 짓고 안산으로 가는 것이 거의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힘들고, 어렵고 한 것들을 내가 앞장서서 해왔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행남이가 석이 마음에 더 끌리는 것이 아닐까.

 


<나를 움직인 말 한마디>_ 신영옥

“보험일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사무실 동료가 하는 말이 ‘집에 있다가도 돈 벌러 나올 판에 일 잘하다 왜 그만 두느냐? 미쳤다.’고 하였다. 돈도 중요하고 인맥과 경력이 쌓인 일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영혼이 즐겁지 않은 일을 그만두는것에 대한 후회나 고민이 없이 그만둘 수 있었던 것은 Desire에 따라 일을 하는 것이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선생님 말씀 때문 이었다. 늦둥이 어렸을 적 숲 해설을 들은 적이 있었다. 자연 속에서 놀고 나무며 풀이며 알아가는 것이 재밌었다. 어느 날 동네에서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보고 숲 해설을 공부하여 지금은 숲해설가로 나의 디자이어를 확인해 가고 있는 중이다.”

 

<아들 내보낼 결심>_ 조미영

“자기야, 이거 자기가 먹은 거야?”
“어? 내 아닌데 그라믄 우리 아들?”
남편과 서로 마주보며 ‘세상에 이런 일이’의 표정으로 웃었다. 종이를 잘게 찢어 똘똘 뭉친 후 집안 곳곳에 숨겨두는 걸 보면 손끝이 꽤 야문 것 같은데 과자 봉지 내밀며 따달라고 하는 아들은 20대 후반 자폐성장애인이다. 그럴 때마다 먹고 싶으면 네가 하라고 외면해 왔다. 그걸 아들은 먹어도 된다는 승낙으로 알고 신나게 식탁 옆으로 가서는 가위로 봉투를 잘라 내용물을 먹곤 했다. 그런 아들이 컵라면을 직접 뜯어서 먹었다니 우리 부부는 그저 허허거리며 신기해했다.

...(중략)...

요즘 부쩍 주전부리보다 끼니를 찾아 먹는 아들의 변화를 보니 이제 우리가 헤어질 때가 된 것 같다. 언감생심 꿈도 못꾸던 아들의 자립이 희미하게 다가온다. 분가한 딸처럼 한 달에 두어 번 씩 만나서 더 애틋한 독립된 가구의 아들과 따로 사는 상상을 한다. 많은 부분이 불안하지만 해보고 싶다. 뭐든 찾아서 끼니 해결하는 아들을 보니 나의 상상이 현실로 이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설렌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시 함께 살더라도 요즘같이 먹고 사는 일에 이렇게 열정적인 아들을 내보낼 결심만으로도 삶이 달콤하다.

 

<쓰리 잡은 안 했으면>_ 엄익복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켜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배송기사님이 탑차에서 걸어 나온다.“김OO 선생님, 잠은 좀 주무셨어요?”
“한... 두시간 잤어”
김OO씨는 내가 일하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배송센터에서 배송을 하신다. 아니... 여기서도 배송을 하신다. 배송일만 세 곳에서 하시니 쓰리잡이다. 두 가지 일은 집집마다 물품을 배송하는 택배 일이고, 한 가지 일은 대리점 여러 곳을 돌며 물품을 내려주는 일이다.
...(중략)...
많은 택배 노동자들이 힘든 노동을 참으면서 극한의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그 많은 부담을 오롯이 혼자 감당하면서 말이다. 김OO씨는 가끔 이런 얘기를 한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과로사 하거나 아니면 고속도로에서 졸다가 즉사할 수도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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