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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글쓰기모임 뒷이야기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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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을 하기 전 2시에는 책 읽기 모임을 했어요. 강정민 님, 박영희 님, 국세현 님이 참여했어요. 세 분이 정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을 이야기합니다. 제목은 경애의 마음(김금희, 창비)입니다.


 

 

그 모임이 끝나고 4시에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모임엔 열두 분이 참석했어요.

이근제 님은 두 편, ‘반장이 삐치다다시는 이런 일 하고 싶지 않다를 써 오셨어요.

반장이 삐치다는 이근제 님을 서로 자기 현장으로 끌어가려고 반장들이 다투는 글입니다. 결국 친구인 반장이 삐쳐 이근제 님한테 말도 안 걸고 데면데면합니다. 근제 님도 화가 났어요. ‘그래? 다신 말 거나 봐라.’ 하는 마음으로 글이 끝납니다. 글쎄요, 다음번엔 어떻게 됐을까요? 다음 달이 궁금해집니다. ‘다시는 이런 일 하고 싶지 않다는 아시바를 설치하는 보조일을 나갔는데 기공들이 물까지 시키고 두 사람 보조를 하느라 녹초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같이 나간 봉이는 팔까지 저려 온다고 해서 봉이 일까지 도와주다 보니 쓰러질 지경입니다. 기공 두 사람은 자기 일 끝났다고 손을 텁니다. 글쓴이는 다시는 그 현장에서 불러도 가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정말 힘든 모습이 눈에 보입니다. 건설 현장 노동자가 이렇게 일한다는 걸 사람들이 알까요?

박태찬 님은 송범근을 응원한다라는 글을 써 오셨어요. ‘송범근이 누구냐고요? , 아시안 게임에 출전했던 축구대표 골키퍼입니다. 조현우가 무릎을 다쳐 결승전에 대신 출전한 선수입니다. 박태찬 님은 조현우의 장점을 이야기합니다. 침착함, 이완된 신체는 탄력성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조현우의 또 다른 장점은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겁니다. 선방을 하고 나서도 매우 평온한 표정으로 수비수들을 안심시키고 위치 선정을 해 줍니다. 그런 조현우가 다쳐 대신 출전한 송범근 골키퍼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게 글쓴이의 바람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골키퍼의 내면을 알 수 있냐고 회원들이 글쓴이 박태찬 님에게 물었더니 자신이 골키퍼 출신이라고 하네요. 모두들 웃었습니다.

재혼을 하기까지는 신혜정 님이 써 온 글 제목입니다. 제목이 심상찮죠? 제목 그대로 자신이 재혼을 하는 과정을 쓴 글입니다. 19금입니다. 한 문장만 소개합니다.

 

동생네서 나와서 언니네로 가려는데 자기도 잘 데가 없으니 같이 있자고 하였다. 이렇게 첫날밤을 치르는구나 싶었는데 너무 흥분을 해서 정작 삽입도 안 했는데 저 혼자 오르가즘을 해버렸다.

 

다들 뒤집어졌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습니다. 위 문장 저 혼자는 남자가 아니라 글쓴이 자신이었답니다. 그래서 '나 혼자'로 고쳐야 한다고 이구동성.

엄마, 나 팔삭동이야?’도 재미있었습니다. 박영희 님의 따님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엄마한테 엄마, 나 팔삭둥이야?” 하고 묻습니다. 왜냐면 엄마 아빠 결혼 기념일이 11일인데 자기 생일이 81일이니 의심이 갈 만합니다.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그것보다 더 재미있는 게 글쓴이가 결혼하기 전 임신을 한 사실을 알고 시아버지 될 사람한테 찾아간 이야기입니다.

엄마에게 혼난 다음 날 나는 결혼 허락 받으러 시댁을 찾았다. 당시에 시아버님 연세가 일흔 살이었다. 그래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갔다. 인사를 받은 시아버지께서 다짜고짜 물었다.

 무슨 처녀가 결혼도 하기 전에 애부터 배냐?”

애는 뭐 여자 혼자 만듭니까?”

옳거니. 그래 앞으로 어쩔 셈이냐?”

어쩌긴요. 아버님이 결혼 시켜 주셔야죠.”

허허. 그놈 참 물건일세. 한 가지만 묻자. ,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잘했냐?” 며느리 첫인사 때는 대부분이 호구조사랑 본이 어디냐 뭐 그런 거 물어 본다 해서 나름대로 예습을 해갔는데 공부 잘했냐고 물어보니 정말 의외였다.

 

이런 내용입니다. 다들 대단한 용기였다고 칭찬했습니다.

강정민 님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듣고소감문을 써 오셨어요. 유시민은 강연에서 수준 높은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일단 취향 고백과 주장을 잘 구별해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고,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는 말입니다. 글쎄요. 이런 원칙은 너무 당연한데 그게 누구나 가능할까요?

염예순님은 나의 신혼여행을 써 오셨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오빠가 열심히 스케줄을 짭니다. ‘오빠는 물론 신랑이죠. 오빠는 엑셀로 작성해 염예순 씨에게 보여주면서 열심히 스케줄을 짭니다. 염예순 님은 건성으로 대답을 하죠. 결론은 어떻게 됐을까요. 글의 처음 시작이 이렇습니다.

 

새벽녘 북적이는 이곳

난 오빠에게 10톤 망치를 내려 맞았다.

일주일 전부터 내 옆에 앉은 오빠는 스마트폰 검색에 부산하다.

일본 오사카로 가기로 했다.

 

결국 뭔가 잘못돼서 비행기를 못 탔다는 내용입니다. 모두들 웃겨서 배를 잡고 뒤집어졌습니다.

오늘로 세 번째 나오셨나요? 국세현 님이 글을 써 오셨어요. 태풍 솔릭이 무시무시한 강풍을 동반하고 서울을 강타할 예정이라는 뉴스가 나오던 날, 남편이 은근히 잔소리를 합니다. 아들 옷을 세탁기에 넣으면서 여벌옷을 한 벌 더 사야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하는 말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저렇게 간단한 건 목욕하고 나서 자기가 손으로 빨 수 있게 해야지.”

글쓴이는 반감이 일어납니다. ‘청소년 생활지도 이론에 능한 본인이 아이에게 말하면 되지, 왜 꼭 내가 해야 하나하는 반감입니다. 꾹 참고 뜨거운 차를 마시고 싶어 물을 끓이고 있는데 남편이 또 잔소리합니다. “물을 꼭 끓여야 해?”

그 말을 듣고 글쓴이는 끓이던 물을 개수대에 쏟아 버립니다. 고요하고 표정없는 얼굴로 텔레비전 뉴스도 꺼버립니다. 우렁찬 아나운서 목소리가 사라지고 집안 전체가 태풍의 눈처럼 조용해집니다.

남편은 내가 무엇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알까?’

글쓴이는 우산도 챙기지 못하고 출근합니다.

최성희 님은 사랑은 소급 적용없다를 써 오셨어요. 오늘은 어쩐 일인지 거의 19금 수준입니다.

최성희, 최상천 님 부부는 이번 여름에 선풍기 없이 살았습니다. 너무 더워 옆에 다가오는 남편도 싫습니다. 남편이 에어컨 아니면 선풍기라고 사자는 말에 글쓴이는 월세 살면서 에어컨을 쓴다고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합니다. 남편은 토라져 등을 돌리고 잡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갑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저녁에 퇴근한 남편을 안고 뽀뽀를 해 줍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사랑을 나눕니다. 남편이 말합니다.


우리 얼마 만에 하는 거야. 더워서 못한 거 오늘부터 소급해서 매일 할 거야.”

뭐라카노? 사랑은 소급 적용 안 된다.”

남편에게 단호하게 말했답니다.

사람들이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재미있게 글을 읽고 뒤풀이로 진수성찬으로 고고씽~ 소주와 막걸리가 오가는 자리를 만들었어요.

다음 글쓰기 모임은 922일 토요일 네 시입니다. , 독서모임에 오실 분은 2시에 오세요. 책 안 읽고 오셔도 됩니다.



누구 글을 읽고 이렇게 빵 터졌을까요?



송범근 골키퍼를 응원하는 글을 쓴 박태찬 님



'사랑은 소급 적용 없다'는 최성희 씨가 글을 읽고 있나 봅니다. 



웃음을 참지 못하는 회원들. 오늘 글이 모두 재미 있네요.



'저 혼자 오르가즘을 해 버렸다'는 신혜정 님이 글을 읽고 있습니다.


"애는 뭐 여자 혼자 만듭니까?” 하면서 시아버지 될 분한테 당당히 되묻고 결혼식 시켜달라고 했다는 박영희 님이 글을 읽고 있네요.



왼쪽 맨 뒤가 국세현 님입니다. 남편에게 짜증이 나서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조용히 출근을 했답니다. 그런데 유이분 님 표정은 왜 저런가요?



작은책 편집장 님. 요즘은 엮은이 글만 쓰죠?


'오빠'한테 10톤 망치로 맞았다는 염예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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