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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쓴 글, 작은책에 내 글이 실린다고?

안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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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쓴 글이 작은책에 실렸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조카가 자기 블로그에 이런 글을 썼다.

책에 내 글이 실린다고? (F.월간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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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oyyHee ・ 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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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요일, 격리 해제된 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체력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깨져버린 생체리듬도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이날도 일어나려던 시간에 일어나질 못했고 오전 운동을 가리라 굳게 먹었던 다짐도 무너져 내렸다. 고작 늦잠 때문에 운동을 가지 못했다는 게 왜 그렇게 한심하던지 한동안 침대에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무거운 눈꺼풀과 축 처진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워 일단 씻었다. 그리고 집 근처 카페로 가 책을 보든 글을 쓰든 운동 대신에 무언가를 해야 이 한심한 기분이 사라질 것 같았다. 터덜터덜 카페로 가 항상 마시는 카페라떼를 주문하고 항상 앉는 자리에 앉았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운동을 못 간 아쉬움과 코로나 걸린 이후로 체력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이 상황을 글로 써보기로 했고, 두 시간 정도 글쓰기에 집중하였다. 글을 다 쓰고 나니 늦잠을 잔 죄책감이 조금씩 사그라들었고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글 업로드까지 마치고 카페를 나왔는데 날씨까지 화창하니 집 가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졌다. 그 때 문자 하나가 왔다.

잘못 읽었나 싶어 눈을 비벼가며 읽어보고 또 읽어보았다. "필자님"이라니....? "5월 호에 실렸습니다.' 라니!!?! 길 한복판에서 차마 소리는 지르지 못하고 내적 함성을 외치며 가족 단톡방에 문자를 캡처하여 보내고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작은책 5월 호에 실렸대!! 쌀도 준대!!"

"어머! 어머!! 딸~ 축하해~~"

그동안 주임, 대리, 파트장 등등 여러 호칭으로 불려봤지만 필자님이라는 호칭은 처음이었다. 생소한 호칭이라 어색하면서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기록이 목적이었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그동안 보내왔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씁쓸함과 미안함이 있었다. 미안함이란 나 자신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안 좋은 일을 잘 잊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재밌었던 일, 행복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 너무나 큰 손해였다. 그동안의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중한 많은 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단순히 일상을 쓰는 글이 많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나 자신과 인생을 자연스럽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렇게 온정신을 글쓰기에 집중하고 나면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글을 쓰고 난 후의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뿌듯함, 시원함, 만족감, 성취감.. 하지만 이 단어들로는 표현이 부족했다. 아니 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한 감정인 것 같다. 그래서 치유받았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모르고 있던 나의 취미가 하나 생겼고, 글쓰기라는 취미는 내 머릿속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길 때마다 글로 써야겠다 생각했고, 에피소드가 생기지 않을 때면 오히려 글을 쓰기 위한 에피소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저 기록을 위해 글을 썼고 나름의 재미를 느껴 취미가 됐을 뿐인데 내 글이 책에 실린다는 것은 너무 과분한 일이었다.

월간작은책에서 문자를 받기 며칠 전 외삼촌에게 연락을 받았다. 엄마는 가끔 내 블로그의 글을 외갓집 단톡방에 보내는데 그때마다 삼촌께서 내 글을 읽으셨는지 곧잘 쓴다며 칭찬도 해주시고 글쓰기에 대한 조언이나 교정을 해서 보내주시기도 하고 정성스러운 피드백을 주셨다. 편집장 일을 오래 하셨고 글쓰기 강의나 고문 역할도 하고 계시는 삼촌이기에 삼촌의 이런 칭찬과 피드백은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저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는 조카에게 주는 삼촌의 달콤한 사탕 정도로만 생각하였고 정말로 내가 곧잘 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 글을 보고 책에 내용을 실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니 그제야 '나 진짜 곧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에 내 글이 실릴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설레는 일이었다.

삼촌 덕분에 너무나 값진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 경험은 아마도 앞으로의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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