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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언니를 어떻게 하나(2)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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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월에 오빠 사망신고, 12월 전에 상속문제를 처리할거라고 새언니와 통역 단체방에 알렸다. 1015일 오빠 사망신고를 하러 천안에 갔다. 천안 집에서 새언니가 문을 열고, 내게 웃으며 말한다. “오빠 집 상속할거죠?” 정확한 문장은 아니었는데, ‘상속은 정확하게 들어 있다. 나는 오늘은 사망신고만 한다고 했다. 새언니 눈빛이 달라진다. 알 수 없다.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 더 알 수 없는 일은 같이 동사무소에 가는 길에 벌어졌다. 새언니는 누군가에게 열심히 전화를 건다. 최소 10통 넘는 부재중 통화. ‘도대체 왜 이러나?’

주민센터 직원에게 사망신고를 한다고 하니, 작성해야 할 서류를 준다. 직원에게 작성한 서류를 주고 기다리는 동안,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사망신고가 이렇게 서럽고, 슬플 줄 몰랐다.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린다. 새언니가 부른 사람이다. 새언니의 새로운 통역이다. 나는 오늘 통역을 부르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다. 그냥 새언니 옆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좋다고 생각했다.

새언니와 새로운 통역과 함께 집에 왔다. 새언니가 점심을 산다고 하는데, 나와 통역은 괜찮다고 했다. 새언니가 부른 사람은 중학생 딸을 키우는 싱글 맘이다. 한국인 남편과는 이혼을 했다고 한다. 보험관련 일을 한다는데, 세련되고 한국말도 유창하다. 오빠의 퇴직금과 집 상속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이 사람에게 신뢰가 가지 않는다. 새언니를 도와주는 사람인데, 나는 불편하다. 무엇보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또 망자의 치부를 되풀이해서 말하는 것이 속상하다. 저번 통역에게 한 말을 고스란히 다 했다. 오빠가 주식으로 빚을 졌고 퇴직금도 아무 돈도 없다고, 집도 내가 근저당을 잡아 둔 상태라고 말이다. 말하는 김에 새언니 치부도 다 말하고 싶은데, 그럼 새언니가 베트남 친구들에게 도움받기 힘들 것 같아서 참았다.

새로운 통역은 나보고 기존 통역에게 오늘 자신을 만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이 상황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내겐 선택권이 없다.

오늘은 사망신고를 하러 왔고, 11월부터 상속처리를 하나씩 하려고 해요. 오빠 명의의 집을 새언니나 왕솔이 둘 중 옮기기 편한 사람에게 옮기려고 알아 보고 있어요.”

언니로 명의이전 가능해요. 내가 아는 법무사무실에서 맡기면 됩니다.”

나는 당신이 미덥지 않아요. 왕솔이로 명의를 옮겨도 보호자인 엄마가 관리하게 됩니다.’

지금 기초생활수급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기초생활수급으로 생활하는 것이 매우 어렵겠지만, 새언니가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봅니다.”

한국어는 너무 어려워서, 언니는 배울 수 없어요. 기초생활수급으로 사는 것도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 몰라요. 저처럼 한부모 가정 지원을 받고, 언니는 소득이 잡히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좋아요.” 나는 자기는 한국어 배워서 귀화를 한 사람이 새언니보고는 안 되다는 말부터 기분이 팍 상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애들 생각만 하자고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통역은 점심시간에 급하게 나온 거란다.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야 한다며 갔다. 새언니는 내게 자고 가라고 붙잡는다. 나는 아이들이 보고 싶지만, 더 이상 이 집에서 새언니와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저녁 비행기를 예매해서 제주도로 내려왔다. 남편을 만나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며 참았던 새언니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타인에게 전달해서 할 말이 있고, 둘이 11로 말할 부분이 있는데 새언니와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나와는 정말 다른 사람이다.

양양 동생과도 이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도 주변 베트남 친구들이 도와주기 위해 나선 것 같다고 한다. 시댁에서 그것도 시누이가 오빠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새언니를 제대로 돕지 않고 있다고 그들은 생각할 수 있다. 동생은 내가 억울하게 오해를 받는 이 상황에 속상해한다. 그리고 내게 새언니가 나서서 도와달라고 부탁하기 전에는, 도와주려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한다. 오빠나 새언니나 모두 같은 성향의 사람이라고 자기 필요한 것만 챙긴단다. 두 사람은 우리 가족이 자기들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고 힘들어 하는지 모른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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