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독자 투고

부산 어머니

최성희

view : 2969

"자기야, 장모님이 처남댁(베트남 새언니)에게 말씀을 심하게 하시더라." "어떤 말?"

"처남댁에게 한 번 더 솔이(3살 조카)를 손으로 때리면 집에 보내버린다고 했잖아."

"아, 그 말. 나도 깜짝 놀랐어요. 제가 따로 부산 어머니께 이야기할게요."

"말한다고 바뀔 분이 아니지. 물론 처남댁의 행동도 그렇고 좀 걱정되더라." 남편이 양양을 떠나는 버스를 타고 나서 조심스럽게 부산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4월 15일 양양제부 세례식이 있었다. 제부는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장인과 장모에게 한 약속을 5년 만에 지켰다. 제부의 약속 사건만 해도 글 한 꼭지가 만들어지는데 이건 다음 기회에 지금은 새언니에 대한 울 엄마의 말실수에 집중하겠다. 세례식도 있고 또 3월에 집을 사서 이사한 양양제부네 집들이를 겸해 친정식구들 모두 모였다. 42년생 동갑 부모님은 1남 3여를 만들었다. 자식들 모두 늦게 결혼해서 5살, 4살, 3살, 2살, 1살 손주가 있다.

잔치 집에 어린 애들 웃음소리만큼 애들 싸움과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조카가 떼쓰며 울 때다. 새언니가 달래다가 홧김에 아이에게 손이 올라갔다. 새언니와 오빠는 국제결혼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결혼했다. 베트남 새언니와 오빠의 결혼이야기도 글 한 꼭지는 그냥 나온다. 다시 선택과 집중하고 나는 남편이 심하다고 한 울 어머니 말을 써야한다.

“애 머리를 그렇게 치면 안 돼지. 그냥 손이 애 머리, 몸에 아무렇지도 않게 건드리네. 너 한 번만 더 애를 때려봐. 그럼 바로 너네 집으로 보낼끼다. 나는 애들 어릴 때는 발바닥 그리고 크면서 종아리를, 정확하게 잘못을 알려주고 때렸지 그렇게 함부로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저번에 천안에서 그러는 걸 보고 야단쳤는데, 애보다 너부터 혼나야겠다.” 친정어머니는 새언니에게 잔소리를 계속 했다. 나는 엄마에게 야단은 한 번만으로 끝내라고만 했지. 앞서 말한 엄마 말의 문제를 이야기할 시기를 놓쳤다. 그런데 남편은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새언니는 더 마음에 걸렸을 수도 있겠다.

서울 집에 와서 며칠 있다 부산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어머니는 당신이 하신 말씀을 기억하지 못했다.

"나도 너네 집으로 보낸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내가 말한 거 같지는 않은데."

"엄마, 우리 집에서 새언니에게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어? 엄마지."

"그래, 그러게 나 말고 없네. 그렇다고 넌 아침부터 엄마 야단치려고 전화했니?"

"아들 결혼 시키고 집도 사주고 그리고 손자들 챙겨주는 것까지. 엄마가 오빠가족에게 한 일을 보면 정말 고생 많이 했지. 그런데 실컷 해주고 말 한 번 잘못해서 그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니 그러지. 우리가 하는 말이 정말 중요하잖아. 엄마, 엄마는 시어머니야. 나쁜 것을 고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좋은 것만 보고 좋은 말만 해야지. 그리고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잖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엄마는 정말 나쁜 시어머니야."

"알았다. 알았어. 잔소리를 끝없이 하네." 우리 친정 식구의 특징은 말은 많은데 듣기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남편 말처럼 바뀔 분이 아니다. 그냥 딸로서 안타깝다.

양양에서 남편과 제부가 방에서 술을 마시고 놀 때, 친정어머니는 사돈댁에서 보내온 엄청나게 많은 나물을 다듬고 나와 동생은 그 나물을 데치고 있었다.

"너는 천안(오빠 집) 떠나기 전에 나물 좀 챙겨주지." "엄마는 오빠가족은 버스타고 갔잖아. 젖먹이 애들 짐만 해도 많은데, 그걸 어떻게 들고 가라고 그래." 양양동생이 타박을 했다. 거실에서 나물은 작은 봉우리를 이뤘다. 나물을 다듬는 어머니의 굽은 등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마음에 걸리는 자식을 걱정하는 그 모습이 나는 많이 안타까웠다. 앞으로 어머니가 말실수를 할 것 같으면 남편이 내게 쓰는 방법을 써야겠다. 뽀뽀로 입막음.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동입력방지 스팸방지를 위해 위쪽에 보이는 보안코드를 입력해주세요.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