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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일터

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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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를 알아 달라는 듯이
마구 울려 대는 알람을 죽여 놓고는 시계를 바라봅니다
새벽 3시 끈적거리듯이 달라 붙는 잠을 이끌고는
화장실을 향하고 남은 간밤의 꿈의 그림자를 찬 물로 씻겨내곤
집 잘 부탁해 하며 인사를 하곤 나에 발이 되어주는 천리마에 몸을 실어 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을 달리며 팔을 뻗어 살아있음을 또 한 번 확인하고는
입을 크게 벌려 새벽을 한 웅큼 먹어 봅니다 참 맛있는 새벽 공기가 아닌가 여겨지며
묵묵히 입을 닫고 있는 가게의 문을
이가 아파서 벌리기 싫어하는 아이를 달래듯 열어 봅니다
앞을 못 보는 맹인에게 광명을 주듯 불을 켜고는
마치 어서 오세요 인사하는 대추와 이불을 덥고 있던 인삼을 서둘러 깨우고 조잘조잘 수다 떠는 약재들 에게도
눈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시집 장가 가는 이들을 웨딩마차 같은 오토바이에 실고는 나의 삶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돌아오는 길에 시집 보낸 부모의 맘처럼 허해서 하늘을 바라보니 환하게 보름달이 되길 소망하고 달려가는 밝은 달이
나를 바라보며 방긋방긋 미소를 보냅니다
달은 초생달이건 보름달이건 언제 봐도 내 마음을 푸근히 안아 주네요 아무런 대가도 원하지 않고 밝게 비추는 자신의 공을
알아 달라 보채지도 않은 채 그저 자신의 본분만을 다하는 것이 군자의 모습이 아닐까 여기며
바쁘게 나의 삶의 보금자리로 돌아와 새색시가 초야를 맞이하듯 인생에서 한번밖에 없는 오늘을 조심히 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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