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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심이 일기

정영심

view : 2020

221112()

 

산책길에 작은 들꽃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찍어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크게 확대를 하여 보기도 하고, 나지 않는 향기를 화면에 대고 맡아보기도 했다. 눈물이 났다. 왠지는 들꽃만이 알 것이다. 요즘은 작고 반짝이는 것들이 감사하다. 이 모든 것이 나이 든다는 증거인데 뻔히 알면서도 그냥 시간의 흐름 앞에 평화로운 나를 보며 애달프게 좋다.

 

아이들을 키우며 둥지로 내주었던 꽉 찬 가슴은, 어느새 빈 둥지가 되어 가슴이 텅 비었다. 사실은 비어서 좋다. 큰아이가 집에 다녀가며 밑반찬들을 해주었다. 그중에 꽈리고추 간장조림이 있었다.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가 자주 해주던 반찬이다. 가끔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해서 하는 것으로 자신도 타인도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난 사실 꽈리고추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고추가 짜글짜글해서 싫고 간장에 졸이면 물컹해지는 게 있어 싫다. 하지만 내가 만들 수 있는 밑반찬 중 쉬운 것이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큰아이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어쩜 우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구별하지 않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굳이 구별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것이 익숙하고, 익숙한 것은 편하고, 편한 것은 안정을 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안정이 무기력한 자신의 등받이 정도였음을 알아차리면 그때 눈물이 난다.

 

길가에 작은 꽃에도 눈물 짓는 나는 여전사가 아니었을 텐데, 젊은 날 왜 전사로 살려고 했을까? 왜 그리 보였을까? 아직도 우리 아들들은 나를 툼레이더에 나오는 여전사 같았다고 기억한다.

 

이제는 할 수 있어서 하는 일 말고 어렵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 난 엄마만도 여전사도 아니고 그냥 나였고, 그리고 꽈리고추도 싫어한다고 말이다. 길가에 핀 작은 감국꽃을 핑계 삼아 눈물 흘리며, 눈물 난 김에 슬픈 거 다 떠올려 남몰래 혼자 눈물 굿을 하는 나는 오롯이 그냥 나다.

 

창밖의 저문 하늘은 빗소리로 가득하다.

나를 토닥토닥 위로하며, 그래서 감사한 하루를 곱게 보낸다.

 

 

  • 월간 안녕하세요 정영심 님.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소녀같은 감성이 생기며 겪는 감정의 변화를 쓰셨습니다. 글쓴이의 감정 묘사만 있고 어디서 비롯됐는지 구체적으로 글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가령 '젊은 날 전사로 살려고 했던' 구체적 내용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 부분만 쓰셔도 글 한편이 충분히 나올 것 같습니다. 이 부분 보충해서 글을 다시 쓰면 더 좋은 글이 2022-11-21 14:27 댓글삭제
  • 월간 나올 것입니다. 현재 본문 내용과 분량으로는 저희 작은책에 실을 순 없습니다.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작은책 그달치 2권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투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2-11-21 14:27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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