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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언니를 어떻게 하나(3)

최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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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언니의 새 통역이 어제 내게 추궁하듯 오빠의 돈에 대해 묻는 말들이 나를 속상하게 했다. 그래서 긴 글을 적어 보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가족의 치부를, 그것도 망자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지난번에 만난 민하(가명)씨로 끝내고 싶었습니다. 어제 또 정민(가명)씨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된 것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망자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괴롭습니다. 그래도 제 부모님의 유일한 아들, 저에겐 소중한 오빠고 새언니의 남편, 아이들의 아빠입니다.

오빠 이야기를 요약하면, 결혼 전에 카드와 주식으로 1억 넘는 빚을 졌고 가족이 갚았습니다. 단국대병원에서 오빠가 주식을 했고, 빚이 있다고 들었어요. 오빠의 은행 빚은 모두 정리했고, 빚이라고는 제게 진 병원비 등 가족들에게 진 빚만 남아있습니다.

지금 천안 집을 부모님이 사줬고, 결혼식 등 일체의 비용을 가족이 냈습니다. 새언니 부산외국어대학교 어학당(언니 수준에 한국어 배우기를 더 어렵게 한 사건으로 지금은 너무 후회합니다.)에도 다니게 했습니다. 제가 왕솔이 학습지를 2년 이상 구독해줬습니다. 왕솔이와 같이 새언니가 한국어를 배우기 원했습니다. 결론은 아시죠?

제가 오랫동안 천안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안나의 치아 상태를 보고 미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안나를 낳기 전, 왕솔이가 생명을 건 위험한 치과치료를 받았습니다. 새언니가 만삭이었지만, 같이 치과를 가서 치료과정을 보여줬어요. 왕솔이와 같은 실수를 안나에게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얼마 전까지 사탕과 젤리 음료를 그냥 먹이는 걸 보고 정말 많이 화가 났습니다. 앞으로 왕솔이 앞니가 나지 않으면, 인플란트 시술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겨울방학 중 치과에 데리고 갈 예정입니다.

새언니에게 천안, 부산, 양양 등 선택지를 줬고, 언니는 천안에 살겠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양양에선 아이들이 도움을 더 받고 살 수 있는 환경이라, 새언니가 힘들어도 양양을 선택하길 원했습니다. 저는 천안에서 언니와 아이들이 어떻게든 잘 살 수 있도록 주민센터와 구청을 오고가며 일을 했고, 앞으로도 할 것입니다.

어제 기초생활수급으로 3인 가족 살기 어렵다고 했지요. 저도 그 만큼 돈으로 살고 있습니다. 참고로 오빠는 고졸이고 동생들은 모두 대졸이나 저희들은 부모님께 학비 및 결혼식 비용 등 어떤 금전적 도움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희는 모두 오빠 식구들이 그냥 스스로 잘 살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저는 초등교사 자격증이 있으나 일은 하지 않고, 양양 동생은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과 새언니의 병원비 등 정말 필요한 것에 대해선 도와줄 것입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켜볼 것입니다.

오빠가 새언니와 결혼하고도 바로 집을 담보로 빚을 내어 주식을 했습니다. 지금 오빠 집 등기에는 새마을금고와 제 이름으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왕솔이가 됐든, 새언니 명의로 상속해도 근저당은 유지됩니다.

기초생활수급 중에는 유족연금을 신청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을 어제 전했습니다. 새언니가 국적취득하고 일자리를 찾고, 그때 유족연금을 신청하면, 큰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새언니가 재혼을 해도 안나가 25살이 될 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기간 신청하면 돈은 수입으로 계산됩니다. 유족연금이 오빠가 아이들에게 남긴 유일한 선물이네요. 오빠가 제일 문제였으나, 새언니가 조금만 한국어를 알고, 국가건강검진을 확인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에 눈물이 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저는 왕솔이와 안나를 믿습니다. 새언니와 아이들에게 항상 부족한 고모이겠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새언니가 양양으로 오던지, 부모님이 천안 근처에서 아이들을 돌보고자 했으나, 제가 새언니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정확히 알렸습니다. 앞으로 새언니가 정말 노력해서 한국어를 배우고 국적을 취득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침부터 긴 글 미안합니다. 하지만 정민씨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가족사가 이렇게 기록되는 것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1216, 지금은 민하씨와 정민씨를 통해 새언니와 소통을 하지 않는다. 새언니 옆집 한국인 아주머니가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새언니는 10월부터 다문화지원센터에 나가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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