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독자 투고

시 5편

김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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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기독자 김시열입니다. 청소노동자입니다. 청소하면서 생각하고 겪은 시 다섯 편 '첨부파일'에 붙입니다. 주소와 연락처는 첨부파일에 적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보니 첨부파일이 보이지 않아서 본문에 적었습니다.


어떡하고요

 

거리는 시민의식으로 깨끗할까요 웃기죠 날마다 줍고 쓰는 청소노동자 손길은 어떡하고요 사람들 원하는 것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집안에서 빠르고 편하게 받을 수 있는 현실은 5G통신기술과 배달 플랫폼인지 나루터인지 과학 덕일까요 얼척없죠 택배노동자 총알 로켓 태워 밤잠 갉아먹고 점심밥 굶겨가며 몸뚱이 짓이긴 건 어떡하고요

 

      

근로계약서 서명하다

 

근로계약서를 받았음

달라고 달라고 졸라서 받았음

기간 2020.4.16 ~2020.12.31시한부

신분 을

직책 미화

시급 8950

토요일은 무급 휴급일

1주일 12시간 연장근무 가능

일하는 곳 서소문, 하는 일 미화지만, 갑이 바꿀 수 있음

근로계약서라 쓰고 근로명령서로

이해했음을 서명함

 

 

 

하치장

 

그곳까지 버스 첫차요금 960

경비원, 청소부, 택배기사 몸 낮추며 드나들어

물건은 물건으로 올리고 쓰레기는 쓰레기로 내리는

땅 밑 어디엔가 감추고 숨겨도 어슴푸레한 새벽 빚어내는

집게 하나 쓰레받기 하나 빗자루 하나 걸레 하나

무시무시한 코비드19 파고들라 침 묻은 꽁초 길게 뺀 집게로 냉큼

버리는 놈 따로 줍는 분 따로 바람 따라 춤추는 휴지 쓰레받기로 꽁꽁

종이컵 캔커피 속옷 양말 그리고 끝도 없이 모여드는 그리고빗자루로

얼른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보여도 안 보이는 척 투명제복 걸치고

떨다 남은 미련 먹다 남은 욕망 오르지 못한 자리

보듬어 내리고 쓸어서 내리고 억지로 끌어내리고

인간은 인간으로 올리고 쓰레기는 쓰레기로 내리는


취급주의

 

경비원 갑질 취급주의

청소부 유령 취급주의

택배는 짐짝 취급주의

아동은 학대 취급주의

이주민 단속 취급주의

노동자 죽음 취급주의

 

이름에 붙은 취급주의

너와난 어떤 취급주의

 

      

물 두 바가지

 

물 두 바가지면

거대한 높이 20층에서 19층으로 19층에서 18층으로 18층에서 17층으로 17층에서 16층으로 16층에서 15층으로 15층에서 14층으로 14층에서 13층으로 13층에서 12층으로 12층에서 11층으로 11층에서 10층으로 10층에서 9층으로 9층에서 8층으로 8층에서 7층으로 7층에서 6층으로 6층에서 5층으로 5층에서 4층으로 4층에서 3층으로 3층에서 M층으로 M층에서 L2층으로 L2층에서 L1층으로 L1층에서 G층으로 G층에서 B1층 하치장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커피 컵라면 담배 수박껍질 상패 비닐코팅명함 종이 원피스 브래지어 다 못 마신 건강음료 다 못 넘긴 라면국물 바나나껍질 앉지 못하고 급하게 걸치다 부숴진 의자 먹다 만 빵부스러기 내동댕이친 임명장 구둣발에 짓밟힌 보고서 찢어진 우산 쓸 말도 없으면서 몇 장씩 내다 버린 생각 불 밝히고 남은 전깃줄 바다 목숨붙이 옥죄이는 플라스틱 이놈저놈 친친 감다 널부러진 비닐 동동 떠다니는 스티로폼 알갱이 5톤 트럭이 삼킨 20층 속살 눈앞에 깨끗이 쓸어버린다. 물 두 바가지면. 양심에 거리낌 없는 물 두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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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열

청소노동자

010-9386-3098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48-10, 202 (: 03407)

 

  • 작은책 안녕하세요 김시열 독자님. 청소노동자의 시선이 잘 드러나는 시네요. 투고 고맙습니다. 작은책에 게재 여부는 별도 연락드립니다. 투고하신 분께는 그달치 작은책 2권을 더 보내드립니다. ^^ 2020-11-09 10:51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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