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독자 투고

책을 보다가

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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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께서 2층에서 세탁하고 계셨다. 그러다가 바닥에 놓인 책 몇 십 권을 보시면서 말씀하셨다.

  "시현아! 너 이 책들 뭐야?"

  "<<루쉰 전집>> 들이에요."

  "근데 이 책들을 어디서 빌려왔어?"

  "평내도서관에서요."

  "뭐! 평내에서 이 책들을 빌려왔다고?"

  "네......"

  "그러면 이 무거운 책들을 어떻게 들고 왔어?"

  "아니 뭐, 가방에 한꺼번에 집어넣지 않고, 그 중 몇 권을 빼서 보조가방에 넣어서 들고 왔죠."

  "시현아! 아무리 그래도 평내에서 그 무거운 고생을 했단 말이야? 대단하긴 대단하다."

  여기서부터 어머니의 잔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시작했다.

  "세상에! 시현아! 아무리 많이 빌렸어도 집에서는 읽기는 읽어? 일곱 권을 다 읽어갈 수 있겠어?"

  "아니, 뭐 꼭 그렇지는 않지만요......"

  "그러면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뭔지 알아?"

  "또 읽어야죠."

  "그러면 '루쉰'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그야 중국에 유명한 작가, 사상가였죠."

  "그래?"

  "네."

  "근데 이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어? 내가 볼 땐 다 못 읽을 듯싶은데......"

  "읽을 수는 있긴 해요. 근데......"

  여기서부터 말문이 막히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어머니의 왈가왈부.

  "시현아! 이런 일은 정말 미련한 짓이야. 도서관에 가서 반납하기 대출하기만 하면 뭐해? 요즘 네가 읽는 모습을 한번도 못 봤는데, 이거 말고 다른 책까지 수십 권을 다 읽기에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고 생각해. 이건 좀 무모한 짓이야."

  "네......"

  "차라리 많이 빌리지 말고 세 권, 아니 한두 권만 빌려와. 뭐하러 힘든 고생만 하고 다녀? 도서관에 갔다오는 의미가 별로 없잖아."

  나는 그 말에 견딜 수 없어서 일단 마당으로 갔다.

  자리잡고 앉았는데, 여태까지 왜 도서관을 그렇게 다니는지 한번 되돌아봤다.

  어머니께 책에 대한 꾸중을 들어서 여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무래도 도서관에 다니는 일과 습관을 고치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다 되돌아봤는데, 어머니께서 2층에서 볼일을 다 마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다.

  어머니께서 나오지 않으시는 걸 보니까, 혹시 책을 부둥켜 안고 살짝 우시는 건 아닐까 하는 근심이 갑자기 생겼다.

  그럴 때마다 한숨이 저절로 나오고, 그러다가 눈물이 살짝 고이기까지 했다.

  어머니께서 왜 안 오시나 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갔는데, 마침 나오시면서 말씀하셨다.

  "시현아! 엄마는 단순히 잔소리하려는 게 아니야. 대신 책을 잘 골라서 읽으라고 얘기했을 뿐이니까, 그렇게 명심하라는 거야, 알겠지?"

  "네, 명심할게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끝인사를 했는데, 한밤에 책 두 권만 읽다가 자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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