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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투고

발가락 외 8편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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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비가 많이 올 때, 우리반 아이들이랑 맨발로 운동장을 걷고 난 후 써 본 시입니다.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정직하게 써 내려간 아이들 시를 읽고 있으면 시와 아이들의 마음에 구분이 없습니다. 아이들 시를 읽고 있으면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아이들 시가 참 예쁩니다.

아이들 시를 읽으며 잠시나마 시원한 기분을 느껴보시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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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때

                                       신지웅


오늘은 비가 오네

바람도 같이 불어오네

마치 태풍처럼

우리는 우비를 입고 나가 

감각 체육을 하네

물을 걷는 것처럼

몸이 으슬으슬 떨리지만 떨리지 않은 것처럼

발이 아프지만 아프지 않은 것처럼

 

 

 

 

 

 


발가락

                                       한혜성


비가 오는 운동장을

맨발로 걸으니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수욱~ 들어온다

한 발 짝을 더 땅에 놓으니

더 수욱~ 들어온다

아이 간지러워

모래가 너무 간지럽다

아이쿠!

바지가 젖었네. 괜찮아

모래가 발가락 사이를 간지롭혀

웃음 밖에 안 나온다

 

 

 

 

 

비에 젖은 운동장

                                       곽누리


선생님께서 비오는 운동장을 

맨발로 걷는다고 한다

그 따끔따끔한 운동장을 맨발로 걷는다고 하니

앞이 캄캄하다


우린 우비를 입고 신발을 벗고

빗소리와 비로 흠뻑 젖은 운동장을

맨발로 걷는다

 
처음에는 느낌이 이상하고 하기 싫었는데

금방 빗 속에 갇힌 

운동장의 모래가 좋아졌다


선생님께서 운동장을 1바퀴 더 돌면서

소원을 빌라고 하신다

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가족 모두가

화목하고 건강하길 빈다

 

 

 

 

 

 

포근한 운동장

                                       정다은

 
빗물로 뒤덮인

운동장을

맨발로 걷는다


친구들이 내 발을

모래로 덮는다

 
처음엔 발이 시려웠지만

나중에는

누군가가

내 발을 감싸주는 거 같았다

 

 

 

 

 

 

맨발로 빗 속을 걷기

                                       장서연

 
비가 온다

개구리는 개굴개굴 하면서

소리를 낸다

맨발로 흙을 밟으면

발이 간지럽다

그리고 따가운 느낌이다

꽃들은 물을 맞으면

피어난다

빗 속을 걸으니

기분이 좋다

 



 

 

 
 

빗소리와 흙소리

                                       박강현


오늘 5교시 때

맨발로 운동장을

돌고 있는데

빗방울 소리가

툭 툭 툭 툭
 

맨발로 걷는 흙소리가

주걱 주걱 주걱


너무나도 좋은 소리


나는 그네를 탔다

그네를 타고 있는데

빗소리와 그네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툭찌극 툭찌극


나는 계속 계속 흙을 밟고싶다

 

 

 

 

 

 

소원

                                       최은서


비가 내리는 오늘

우리는 빗속을 걷습니다


세상에 하나 뿐인

친구와 빗속을 걷습니다

 

때론 당연하지만 이루긴 쉽지 않은

소원을 빌며 빗속을 걷습니다

 

“우리 가족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게 해 주세요.”

 

당연하지만 그래서 잃기 쉬운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오늘도 웃을 수 있습니다

 

 

 

 

 

 


 

마사지
 
                                       지영

 
투둑투둑 투둑투둑

비가 많이 내린다


우리반 친구들과 함께

맨발로 운동장을 걷는다


운동장 구석 물엉덩이에

진흙이 있다

말랑몰랑 질퍽질퍽

나는 지금 진흙 마사지 중이다





20분


                           김혜민


쏴아아

비가 내리는 운동장에서

터벅터벅

맨발로 걸었다


어? 물 웅덩이가 있네

나는 질퍽질퍽한 운동장에 있는

한 물웅덩이에

들어갔다


팍팍팍 질퍽질퍽

어? 이쪽은 물엉덩이가 깊네?


20분의 여유를 가지니 내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


비옷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도

나를 마사지 해준다
 

난 지금 온 몸을 마사지 중



  • 작은책 안녕하세요 김정현 선생님. 소중한 글 고맙습니다. 별도 연락드리겠습니다. 2019-07-01 10:24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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