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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는 그런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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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는 그런 게 아니에요

권동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공인노무사

 

산재는 그런 게 아니에요. 회사가 산재 신청을 해 주지 않는다고 했죠. 아버지가 건설 현장에서 넘어져 어깨를 크게 다치셨다고 했죠. 안타깝지만 산재는 노동자가 직접 신청해야 해요. 그리고 언제 어떻게 왜 다쳤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거예요. 회사가 도와주지 않아도 처벌되지 않아요. 일단 산재 신청서(요양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의사에게 산재보험 소견서(요양급여 신청 소견서)를 발급받도록 해요. 언제 어떻게 다쳤는지 간략히 정리하고, 혹시 진술이나 증언을 해 줄 분이 있으면 확인서를 받아서 함께 제출하도록 해요.

 

산재는 그런 게 아니에요. 어머니가 과로사로 돌아가신 것 같은데, 회사에서 자료 제공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죠. 사실 그러면 방법은 없어요. 공단 담당자를 잘 만나거나 공단에서 적극적인 조사를 하는 것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어요. 가장 기본적인 출퇴근 자료나 근로시간 자료가 필요해요. 스트레스 등 업무 환경이 안 좋았다는 자료도 필요해요. 산재 전문 노무사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의 조력이에요. 다시 한번 회사 담당자를 만나 간청해 보세요.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근로복지공단에서 강제 조사를 하는 경우는 없어요.

 

DL이앤씨에서만 중대재해가 일곱 번이나 발생했다. 지난 9월 19일 서대문 DL이앤씨 사옥 앞 기자회견이 끝나고 중대재해를 당한 故 강○○ 님의 어머니(왼쪽)를 포함, 유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 제공_ 노동과세계

 

산재는 그런 게 아니에요. 의사 선생님이 산재가 아니라고 한다죠. 20년간 허리 쓰는 일을 많이 해서 생긴 디스크라고 생각하는데, 의사는 퇴행성 질환이라고 한다고 했죠. 산재보험 소견서도 발급 못 해 준다고 했죠. 의사나 병원에서 알아서 산재 신청을 해 주는 제도가 아니에요. 법률상 강제하는 규정도 없어요. 일단 진단서나 소견서를 발급받으세요. 다만 요양 기간이나 치료 방법이 기재된 걸로 달라고 하세요. 산재보험 소견서는 그걸로 대체할 수 있어요. 

 

산재는 그런 게 아니에요. 주치 의사가 진단한 병명이 모두 공단에서 인정되지 않아요. 일하다가 2미터 위에서 떨어져 추간판탈출증(4, 5번) 진단을 받고 신경성형술까지 했는데, 공단에서 상병이 안 보인다고 했죠. 추간판 팽윤 정도고 과잉 수술이라고 불승인했다고 했죠. 사실 자주 일어나는 사건이에요. 사고 전에 한 번도 허리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죠. 왜 의사가 진단했고 수술까지 했는데 인정이 안 되는지 정말 답답하다고 했죠. 공단이 병원에 책임을 묻는 경우는 절대 없어요. 일단 심사 청구, 재심사 청구를 해 보는 수밖에 없어요.

 

산재는 그런 게 아니에요. 실손보험처럼 며칠 만에 처리되지 않아요. 지금 신청한 정신질환도 최소한 1년 정도 걸릴지 몰라요. 자료를 보니 임상 심리검사를 하지 않고 산재 신청을 했잖아요. 이런 경우 주치 의사의 진단서가 있더라도 공단에서는 산재병원에 특별 진찰이란 걸 보내게 돼요. 그러면 산재 판정까지 1년을 봐야 해요. 그동안 회사 눈치도 봐야 하고, 어떻게 치료받아야 하냐고요. 어쩔 수 없어요. 그냥 참고 인내해야 해요. 회사에 휴직이나 병가 제도가 없어 연차를 다 사용하면 회사에서 그만두라고 할 것 같다고요. 음, 정말 난감한 상황이네요.

 

산재는 그런 게 아니에요. 산재 접수하고 두 달 동안 공단 담당자에게서 전화 한번 없었다고 했죠. 직업병 산재는 일반적으로 그래요. 친절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라는 것이 있는데 거기서도 세부적인 진행 상황을 가르쳐 주지 않아요. 화내고 싸운다고 공단 재활보상부 담당자들이 잘해 주지 않아요. 사실상 ‘을’의 입장에서 담당자가 빨리 처리해 주길 바랄 수밖에 없어요. 일단 가끔 전화해 보세요. 너무 귀찮게는 하지 마시고요.

 

산재는 그런 게 아니에요. 지연 처리에 대한 보상은 없어요. 2년 만에 아버지의 폐암이 산재로 승인되었다고 했지요.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했지요. 폐암 같은 직업성 암의 경우에는 전문 조사(역학조사)라는 것을 거치고 다시 판정위원회에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직업병 중 특히 직업성 암의 경우가 정말 장기화되는 추세예요. 전문 조사도 하루에 3~4건을 조사하는 등 부실한 경우가 많고, 언제 가는지 일정을 통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지연 조사와 산재 판정에 대한 추가 보상 같은 것은 법률상 규정되어 있지 않아요.

 

산재는 그런 게 아니에요. 판정위원회에서 회사 측 관리자들을 만났다고 했죠. 산재 신청도 전혀 도와주지 않다가, 왜 그 사람들이 판정위원회에 온 건지 납득이 안 된다고 했죠. 현재 제도상 직업병 판정을 하는 판정위원회에서는 판정일이 정해지면 회사에도 통지하도록 되어 있어요. 작년부터 회사 측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어요. 직업병이 산재로 승인되어도 산재보험료에 영향이 없지만, 공단의 지침 때문에 현재는 어쩔 수 없어요. 회사가 판정위원회에 추가로 제출한 자료도 못 봤다고 했죠. 그런 일은 비일비재해요.

 

산재는 그런 게 아니에요. 다행히 산재 승인을 받았지만 앞으로 직접 해야 할 게 많아요. 어떻게 하는지 공단에서 가르쳐 주지 않아요. 진료 계획서(요양 연기)도 제출해야 하고, 산재 승인 전에 지불한 병원비나 간병비도 직접 청구해야 해요. 휴업급여도 청구해야 하고요. 4곳에서 배우자가 치료받았다고 했죠. 각 병원에서 진료비 영수증, 진료비 세부 내역서 등을 발급받아야 하고, 간병을 했다면 간병이 필요했다는 소견서를 별도로 발급받아야 해요. 귀찮고 힘들지만 어쩔 수 없어요. 통원한 곳이 있으면 통원 확인서도 발급받아서 이송비도 청구해야 해요.

 

산재는 그런 게 아니에요. 왜 산재 불승인을 받았는지 잘 모르신다고 했죠. 불승인 통지서에는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아요. 일단 해당 판정위원회에 판정서와 위원별 심의 의견서를 정보공개 신청해야 해요. 별도로 공단 지사에 재해 조사서와 보험 가입자 의견서 및 문답서, 기타 조사 자료 등을 정보공개 신청하세요. 정보공개 신청이 처음이라고 했죠. 정보공개포털이라는 사이트에서도 해도 되고요. 공단 홈페이지에서 해도 되는데 어려우시면 직접 공단 지사를 찾아가세요. 신분증은 꼭 들고 가세요.

 

암튼 너무 고생하셨어요. 산재 신청이 노동자의 온전한 권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말이에요. 그래도 조금씩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어요. 함께 동참해요. 저도 여러분들 곁에서 같이 싸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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